[시론] 세계디자인수도 2028, 함께 만드는 부산의 미래
장주영 동서대 디자인대학 학장 아시아미래디자인연구소 소장
디자인의 힘 조명하는 세계적 무대
포용과 참여 부산의 도시 전략 인정
부산의 언어로 세계와 대화할 기회
지역대학 기술 넘어 상상력 플랫폼
시민 참여로 함께 나아가야 할 여정
부산이 세계디자인기구(WDO)가 주관하는 ‘2028 세계디자인수도(WDC)’로 최종 선정되었다. 부산은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디자인 허브도시’이자, 미래 도시 모델을 제시하는 중심에 서게 되었다. 디자인은 멋진 전시관이나 스타일의 이야기가 아니다. 걷기 편한 길, 쾌적한 동네 공원, 모두를 배려한 표지판, 안전한 골목, 아름답고 기능적인 공공시설 등과 같이 시민의 일상과 삶을 바람직한 미래 모습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이자 실천이 디자인이다. 이번 쾌거는 그간 시민 참여의 철학을 디자인이라는 언어로 실현하고자 한 부산의 노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이는 지역 디자인계와 공공기관, 행정과 교육, 시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성과로서 깊은 환영과 기대의 마음을 전한다.
WDC는 디자인을 통해 경제·사회·문화·환경을 통합적으로 혁신하고자 하는 도시를 선정해 지정 연도 동안 세계적으로 집중 조명하는 국제적인 프로그램이다. 토리노, 서울, 헬싱키, 케이프타운, 타이베이, 발렌시아, 프랑크푸르트 라인마인 등 세계 주요 도시들이 이 명예를 통해 도시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지속가능한 도시 모델을 구현해 왔다. 이들 성공 사례의 공통점은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디자인을 도시 전략으로 삼고, 이를 통해 도시의 매력과 도시 브랜드를 강화했다는 점이다. 또한 디자인 산업과 창의 생태계를 통해 경제·문화적 경쟁력을 증폭시켰다.
이번 ‘WDC 2028’ 유치 과정에서 부산은 ‘포용하는 도시, 참여하는 디자인 (Inclusive City, Engaged Design)’을 주제로 내세우며, 도시 변화의 방향을 명확히 제시했다. 부산은 산업화의 흔적, 피난과 이주의 기억, 해양도시의 개방성, 고령화, 청년 인구 유출이라는 다층적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도시 과제를 디자인의 언어로 해석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풍부한 잠재력과 의지를 담아냈다. 지난 6월, WDO 실사단은 북항 재개발지와 영도 베리베리굿 봉산마을, F1963 문화공간, 동서대학교 캠퍼스 방문 등, 부산의 다양한 현장을 둘러보며 디자인이 어떻게 도시의 일상과 공동체에 스며들고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며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부터 WDC의 성공은 부산에 사는 우리 모두의 참여와 실천에 달려 있다. 부산시는 이제 ‘디자인으로 변화하는 도시’를 세계에 보여주어야 한다. 멋진 건물 몇 개로 끝나는 도시, 또는 보여주기 위한 대형 프로젝트가 아니라, 도시계획을 시민 중심으로 재구성하고, 디자인적 사고가 반영된 정책을 통해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공공기관은 시민과 디자이너,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창의적인 정책 실험장이 되어야 한다. 또한 초중고 교육 현장에서는 ‘디자인은 문제를 발견하고 창의적으로 해결해 가는 과정이자 방법’임을 가르치고, 지역 사회와 연결되는 실천 프로젝트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그 여정에서 지역 대학 역시 의미 있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고등교육기관은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곳을 넘어, 지역과 함께 질문하고 실험하며 상상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지역 대학이 기술을 넘어 상상력의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우리 대학도 시민, 학생, 전문가, 행정이 만나는 접점에서 ‘조용한 참여자’로서 이 여정에 동행해 왔다. 앞으로도 글로벌 네트워크와 지역 현장을 연결하는 ‘글로컬(glocal)’ 한 관점에서, 청년들이 부산이라는 도시를 통해 세계를 배우고, 시민과 함께 도시를 디자인하며 변화와 성장의 경험을 차분히 이어가고자 한다. ‘글로컬 디자인 교육’을 통해 부산과 세계를 연결하는 실천적 동반자로 함께 하겠다는 약속이다.
‘WDC 2028’은 부산이라는 도시가 자신만의 언어로 세계와 대화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앞으로 부산이 만들어갈 디자인의 언어 속에서, 우리는 더 나은 삶의 가능성과 서로를 잇는 감각을 발견하게 되기를 바란다. 이 도시는 누군가에 의해 대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함께 상상하고,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기에 그 여정의 주인공은 결국, 이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