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행복합니다
박춘석(1961~)
상황은 사소합니다 시지프스가 바위를 잠시 내려놓고 땀을 식히는 중입니다 집에 도착하기 전에 행복은 날아갈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개별적인 시지프스, 삶의 의미를 음미하느라 행복합니다 지금 돌에서 잠시 벗어난 시간입니다 떨어진 돌을 잡으러 가는 시간이 아니라 산에 올려놓은 돌이 잠시 산에 머무는 시간입니다
시지프스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무의미하기보다 과일이 익어가는 기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크는 기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돌을 내려놓고 저쪽에서 오는 중이고 더 먼 저쪽으로 가는 사이 비어 있는 곳에서 행복합니다 돌을 초과하여 돌보다 커져서 천천히 걷고 있습니다
-시집 〈분자적 새〉(2024) 중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상, 그 어떤 희망도 느낄 수 없을 때 우린 시지프스의 운명을 떠올립니다. 쉬지 않고 굴려야 하는 생활의 쳇바퀴. 프랑스의 작가 까뮈는 노동자들의 운명이 시지프스 못지않게 부조리하며, 이 부조리를 해결할 방법은 희망이 아니라 반항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반항이란 자신에게 주어진 생활을 외면하지 않고, 도피하지 않고, 부딪치는 용기입니다.
이런 적극적인 태도만이 진정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있는 힘을 갖게 해준다 합니다. 시인 역시 잠시 주어진 상황들을 내려놓고 흐르는 땀을 식히는 동안 자신의 삶을 들여다봅니다. 아이가 크고 과일이 익는 의미 있는 시간, 그것으로 행복하다 합니다. 불행의 반은 행복! 이른 새벽 물건을 배달하는 택배 아저씨가 땀을 뻘뻘 흘리며 계단을 뛰어오르는 모습에서 건강한 힘이 보입니다. 신정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