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북항 vs 이순신항
임진왜란 때 일본은 부산을 가장 먼저 침공했다. 조선 반도를 치고 올라가는 발판이 부산이었기 때문이다. 1592년 5월 부산에 상륙한 왜군 20만 명은 정발 장군이 지키는 부산진성과 송상현 부사가 싸웠던 동래성을 일거에 함락했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수군은 그해 10월 5일 부산대첩에서 왜선 100여 척을 격파하고 대승을 거뒀다. 이순신 장군은 “이때까지 네 번이나 출전하고 열 번을 싸워 번번이 승첩을 거두었으나 장수들과 군졸들의 공로를 논한다면 이번 부산싸움(부산대첩)보다 더 큰 것이 없습니다”라고 선조에게 장계를 올렸다. 부산대첩의 전초전이었던 장림포해전, 다대포해전, 서평포해전, 절영도해전, 초량목해전 등도 모두 부산에서 벌어졌다.
‘부산시민의 날’은 부산대첩의 승리를 기리기 위해 10월 5일로 지정됐다. 물론 이를 아는 시민들은 많지 않다. 부산대첩이 있었던 장소는 부산시 동구 좌천동과 범일동 일원이다. 부산진성의 지성(枝城)이었던 자성대 앞쪽 바다가 부산대첩의 격전지이다. 이 일대는 그동안의 매립으로 지형이 많이 변했으며 지금 북항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부산시는 북항 재개발 지구 내에 조성하고 있는 공원의 공식 명칭을 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지금은 ‘북항친수공원’이라고 불리는데 ‘부산대첩기념공원’이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많다. 북항 재개발로 생겨나는 공원은 모두 6개라고 한다. 그래서 이들 가운데 하나를 부산대첩기념공원으로 명명하는 건 어렵지 않아 보인다.
부산시는 북항 재개발 사업으로 부산 중구와 동구에 걸쳐 새로 생긴 2.5㎞ 도로의 명칭을 ‘이순신대로’로 정해 고시했다. 부산을 둘러싼 이순신 장군의 역사적 발자취가 하나 둘씩 되살아나는 것 같아 뿌듯하다.
그런데 새롭게 태어나는 북항 재개발 지구의 명칭은 뭐가 될까? 부산의 남쪽에 있는 항구를 ‘북항’(北港)이라고 부르는 건 어떻게 봐도 어색하다.
그렇다고 부산항이라고 하기에도 맞지 않다. 항만법 상 부산항의 항계(港界, Harbour Limit)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명동 신명 남단을 기점으로 하여 광안대로 남측 및 육지 끝단으로 이어지는 광활한 항만 전체를 일컫는다. 이 참에 북항 재개발 사업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항만의 이름을 ‘이순신항’으로 정하는 건 어떨까.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