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내란 사과 없이 악수 없다"… 여야 ‘강 대 강’ 대치 격화
민주 신임 당대표 정청래 당선
강성파 색채 정국 긴장감 고조
여야 상견례 여부도 오리무중
강경 일변도 당정 엇박자 우려
내년 지방선거 승리 책임 막중
더불어민주당을 이끌 새 수장으로 강성파 색채가 짙은 정청래 의원이 선출되면서 정국 긴장감이 고조된다. 정 대표가 당선 일성으로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규정하며 “내란에 대한 사과 없이 악수도 없다”고 공언하자 야당은 즉시 맞불 비판에 나섰다. 정 대표 당선 즉시 여야 간 ‘허니문’ 기간 없이 강 대 강 대치가 격화되는 모양새다.
정 대표는 2일 당선 직후 국민의힘을 겨냥해 “헌법을 공격·파괴하고 실제로 사람을 죽이려 한 데 대한 사과와 반성이 없으면 그들과 악수하지 않겠다”는 강경 발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여성가족부 장관에 지명됐다 갑질 논란으로 자진 사퇴한 강선우 의원과 당선 직후 통화했다고 SNS에 올리며 “제가 강 의원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다. 힘내시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야당 공세에 이은 강 의원 지지 행보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호응에 대한 화답이었다는 분석이다. 앞서 박찬대 의원은 강 의원에게 자진 사퇴를 공개 권유하는 선택으로 정 대표와 차별화를 꾀했으나 일부 지지층 사이 ‘수박’(민주당 배신자라는 뜻의 비하 용어)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논란에도 불구 강 의원을 일관되게 감싼 정 대표가 대승을 거둔 데는 강경론이 주효했다는 평이 나오면서, 앞으로도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을 기반으로 투쟁 기조를 이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통상 당대표로 선출되면 여야 당대표 간 상견례를 갖는 것이 관례지만, 정 대표가 당선 일성으로 야당 공세를 쏟아내면서 상견례 성사 여부도 오리무중이다. 일단 국민의힘은 즉시 비판에 나섰다. 3일 국민의힘은 정 대표를 두고 “야당에게 적개심을 표출한 초유의 여당 대표”라며 “용렬하다”고 비판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협치보다 내란 척결이 우선이라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격적 인식에 우려를 표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국정 운영의 한 축인 야당을 적대시하고 악마화하는 정 대표의 공격적 인식에 국민적 우려가 매우 크다”며 강 의원과의 통화를 두고는 “각종 논란으로 온 국민의 질타를 받은 인물을 감싸는 것은 온 국민과 싸우자는 선전포고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더욱 커져가는 야당과의 갈등 해소, 이재명 정부와의 호흡, 내년 지방선거 승리 등은 정 대표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야당과 협치의 뜻이 없다고 밝힌 동시에 검찰·사법·언론 개혁 속도전을 공약하며 야당과의 대립 격화는 불가피하다는 평이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을 겨냥해 현재 법무부만 가진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권을 국회에도 부여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이 법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면 여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정 대표의 경우 너무 강성 일변도인 나머지 오히려 이재명 정부와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선명성을 강점으로 내미는 정 대표와 달리 최근 이 정부는 ‘협치’를 강조하며 완급 조절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의 임기는 전임 대표였던 이 대통령의 잔여 임기인 내년 8월까지로, 이 정부의 국정 동력이 가장 강한 ‘골든타임’을 함께 하게 된다.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 행사도 정 대표에게 달려 있다. 지방선거에서의 결과에 따라 당 대표 연임 여부도 결정될 가능성이 큰 만큼 정 대표의 향후 행보에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