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K조선과 지역 내 인구 이동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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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진 경제부 차장

K조선이 인기다. K조선의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의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이다. 이들의 주요 생산 거점을 보면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경남 거제, HD현대중공업은 울산에 있지만 주요 관련 부품업계가 부산에 있기에 부산 지역 경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달 부산 지역 상용근로자가 100만 명을 처음으로 넘었다. 상용근로자란 1년 이상 계약이 유지되고 4대 보험을 적용받는, 이른바 안정적인 일자리를 뜻한다. 상용근로자 100만 명 돌파의 이면에는 K조선 훈풍의 수혜가 있다는 것이 부산시의 설명이다.

K조선 훈풍의 숨은 수혜도 있다. 지난달 HD현대중공업의 특수선 설계 파트가 부산에도 사무실을 열었다. 이로써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은 물론 대기업 조선 3사의 R&D 및 설계 파트가 부산에 둥지를 틀게 됐다.

부산에 둥지를 튼 배경에는 인력 확보의 용이성이 있다. 울산, 거제에 비해 도시 인프라가 잘 갖춰진 부산에 인재들이 거주하기를 희망한다. 심지어 울산, 거제에서 일하지만 이미 거주를 부산에서 하는 직원들이 많았다는 것이 조선 3사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부산 입장에서야 대기업 R&D 관련 일자리가 생기기에 환영할 일이다. 한편으로는 경남, 울산은 일자리와 인구를 빼앗기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수도권으로 지역의 인재가 ‘블랙홀’처럼 빨려가듯 지역 내에서 부산이 또 다른 블랙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하지만 부산에서 울산과 경남으로 가는 인구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24년 동남권 인구 이동 통계에 따르면 부산은 서울(-5795명), 경기(-3574명) 다음으로 경남(-3473명)으로 인구 순유출이 진행 중이다. 주된 사유는 직업이었다.

부산시 입장에서는 수도권 유출 외에도 경남으로의 인구 유출을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는 수도권 유출처럼 우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환영한다. 지난달 17일 상용근로자 100만 명 돌파 기념 행사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은 “울산, 경남으로의 인구 유출은 동남권의 경제가 원활해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뜻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부산도 도움이 되는 선순환 구조”라고 밝히기도 했을 정도다. 대기업 조선 3사의 부산 R&D 센터 개소 역시 울산, 경남에서의 좋은 실적 덕이다. 사실상 이론적으로 생각하던 동남권 선순환 구조의 ‘실사판’이다.

최근 꺼진 줄 알았던 부산, 울산, 경남의 통합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는 모양새다. 지난달 경남 김해에서 박형준 부산시장, 김두겸 울산시장, 박완수 경남지사가 만나 부산-경남 행정통합은 예정된 일정에 따라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데 공감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부산-경남 행정통합이 성사되면 울산도 행정통합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부울경이 본격적으로 힘을 합치면 ‘K조선 선순환 실사판 시즌2’가 더 많이 나올 수 있으리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일자리로 인한 수도권으로 순유출이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경남, 울산에 좋은 일자리가 생기고 이로 인한 선순환으로 부산에 좋은 일자리가 생기길 기대한다. K조선 훈풍이 부는 이때가 ‘동남권호’가 본격 출항하기 딱 좋은 시기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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