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는 송금, 서클은 디파이… 세분화되는 스테이블코인
5년 전 110억 달러서 지난달 2500억 달러 규모
상점 결제나 서비스 구매 등 실물경제 비중 6%
88% 이상 거래소·디파이 등 블록체인 금융에
테더는 거래소간 송금, 서클은 담보·예치 거래에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단순한 디지털 달러를 넘어, 사용처·수익 구조·블록체인별로 뚜렷하게 세분화되고 있다. 거래소 송금에 강한 테더(USDT), 탈중앙화 금융(DeFi·디파이)에 특화된 서클(USDC), 수익형·알파형 스테이블코인까지 각기 다른 역할이 나타나며 시장의 다극화가 진행 중이다.
지난 1일 코빗 리서치가 발표한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적 분화: 온체인 경제에서의 기능적 분업’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공급량은 지난 2020년 7월 110억 달러에서 지난달 2500억 달러로 급증했다. 그러나 실제 상점 결제나 서비스 구매 등 실물경제에서 쓰이는 비중은 6%에 불과했다. 스테이블코인의 88% 이상이 거래소나 디파이 같은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에서 활용됐다.
자산별로는 성격이 뚜렷하다. 테더(USDT)는 트론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거래소 간 송금과 정산, 해외 소액 송금에 최적화된 ‘거래소·결제 중심 달러’로 자리잡았다. 서클(USDC)은 이더리움과 레이어2, 솔라나 등에서 담보·예치·디파이 거래에 활발히 쓰이는 ‘디파이 중심 달러’로 급부상했다. 블랙록이 운용하는 비들(BUIDL)은 미국 국채 수익을 자동 배분하는 ‘실물자산 수익형 달러’로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갖췄다.
가상자산 담보형 스테이블코인도 부상 중이다. 에테나의 USDe는 변동성을 헷지해 1달러 가치를 유지하면서 높은 예치 수익을 제공하는 ‘알파 추구형 달러’다. 메이커다오의 다이(DAI)와 리브랜딩된 USDS는 디파이 전반에서 활용되는 ‘범용·서브다오 중심 달러’로 진화했다.
체인별로도 역할은 확연히 다르다. 이더리움은 보안성과 신뢰도가 높아 대규모 자금 이동과 디파이 중심 활용이 이뤄진다. 트론은 낮은 수수료와 빠른 속도로 소액 송금과 거래소 간 이체에 특화돼 있다. 솔라나는 빠른 처리 속도를 살려 소액·고빈도 트레이딩과 밈코인 거래가 활발하고, 베이스와 아비트럼 같은 레이어2 체인은 각각 밈코인과 파생상품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흐름을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적 분화’로 정리했다. 앞으로 시장은 안정성과 규제를 중시하는 온쇼어 시장과, 고수익과 새로운 기회를 추구하는 오프쇼어 시장으로 양분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시장의 승자는 체인과 자산별로 달라지는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을 이해하고,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주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