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평평해진' PK 민심… 절박함이 승부 가른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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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훈 서울정치부장

10%대 추락한 국힘 향배 지선이 변곡점
여권 총력전 펼치는 PK가 최대 승부처
국힘 무기력 속 2018년과 유사한 흐름
민주당 장기집권 체제 시작점 될 수도

최근 지지율이 10%대까지 떨어진 국민의힘을 보면서 일본 자민당처럼 더불어민주당의 장기집권 체제가 도래할 것이라는 말이 보수 내부에서 나온다. 개인적인 견해는 아직 그 단계까진 아니라고 보지만, 궤멸적 타격을 입은 2017년 첫 탄핵 때보다 더 지리멸렬한 국민의힘의 최근 행태에 보수층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때로 경험은 독이 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에게 2016년 말 ‘탄핵’이 딱 그렇다. 겁박에 가까운 구 주류 중진들의 당시 ‘탄핵 트라우마’ 경험담에 경도돼 어렵게 분리한 아스팔트 보수와 재결합하면서 ‘탄핵 반대’, ‘윤석열 사수’로 민심과 정반대로 역주행 했다. 그 관성은 대선 완패 이후 전대에서까지도 ‘윤 어게인’ 운운하는 퇴행적 행태로 이어지고 있다. ‘내란 동조세력’이라는 여권의 프레임 안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셈이다. “바닥인 줄 알았더니 지하를 맞닥뜨린 심정”이라는 한숨이 당내 가득하다.

그런 점에서 내년 부산·울산·경남(PK) 지방선거는 국민의힘에게 최후 방어선과 같은 의미를 갖게 됐다. PK마저 내주면 국민의힘은 대구·경북(TK)에 고립된 그야말로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여권이 일찌감치 PK에 화력을 집중하는 것도 이런 전략적 판단이 깔렸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어게인’의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동안 여권은 ‘2018 어게인’을 외치고 있다. 탄핵 후 첫 지방선거인 2018년 민주당은 사상 처음으로 부울경 지방권력까지 ‘싹쓸이’하는 역대급 승리를 거뒀다. 여권이 2018년의 재현을 기대하는 건 탄핵 이후 정국이 당시와 매우 흡사하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PK에서도 국정 지지율 50%를 넘기며 정권 초반의 허니문을 만끽하고 있는 반면, 탄핵과 대선 완패 이후에도 ‘네 탓’ 타령만 하는 야당의 추락은 끝 간 데가 없다. 거기에 당시 적폐 청산을 능가하는 세 특검의 칼날이 보수를 서서히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조금 있으면 패배한 직전 대선후보가 당 대표가 돼 반성도 쇄신도 유야무야 되는 과정까지 똑같이 밟아나갈 것 같다.

물론 상황이 이렇다고 내년 지선 결과가 7년 전과 같을 거라는 예상은 섣부르긴 하다. 당시 여당의 압승은 남·북·미 정상이 만든 ‘평화 무드’가 선거의 9할을 좌우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투표일 바로 전날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이 환한 웃음으로 ‘비핵화’에 합의하는 장면은 그 어떤 선거 전략보다 압도적이었다. 그런 빅 이벤트가 또 열릴 가능성도, 그 만큼의 효과를 거둘 가능성도 현재로선 극히 낮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부산 16개 구·군 중 강서구 1곳에서만 승리한 지난 대선 투표 결과만 봐도 보수 우위의 PK 표심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대로 PK 지방권력 탈환을 향한 여권의 대대적인 물량 공세 또한 7년 전과는 다른 환경이다. 임기 시작부터 해양수산부 이전 공약을 직접 챙길 정도로 부산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 부산 타운홀 미팅에서 각각 부산시장, 경남지사 출마설이 도는 전재수 해수부 장관과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에 옆에 두고 ‘PK 해양수도 공약’에 대해 쐐기를 박다시피 했다. 표류하는 가덕신공항에 대해서도 “지연되지 않도록 하겠다. 너무 걱정 말라”고 지역 민심을 다독였다. 여권이 해수부 연내 이전, 2차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 발표 등 지선를 앞두고 이런 결과물을 내세워 지역 표심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은 자명하다.

양 측의 이런저런 득실 포인트를 따져본다면 PK 민심의 운동장은 보수에 현저하게 기울어있다가 이제 좀 평평해진 수준이 아닐까 여겨진다. 그렇다면 내년 PK 지선의 무게추를 움직일 마지막 한 수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반드시 이기고자 하는 절박함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절박함으로 따지자면 양 진영의 차별점은 확연하다. 가덕신공항과 북항재개발 등 부산의 미래를 좌우할 숙원 사업들이 지역 내 소수파인 민주당 정부에서 추진되고 현실화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3당 합당 이후 30년 보수 우위 구도인 PK의 구조적 열세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감의 반영이었다. 반면 평타만 쳐도 손쉽게 박수 받는 국민의힘에서 그에 상응하는 몸부림이 있었는지는 기억해내기 어렵다.

두 번의 탄핵 이후 변화된 민심은 국민의힘에게 더 이상 이런 여유를 허락하지 않을 것 같지만, 비상계엄과 탄핵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은 PK 지선 전망에 짙은 어둠을 드리운다. 그럼에도 총선은 3년 뒤니 지선에서 바닥을 치면 오히려 반등의 여지가 커진다고 생각하는 의원들도 없지 않다고 한다. 어쩌면 내년 지방선거가 우리 정치사에 민주당 장기집권의 시작점으로 기록될지도 모르겠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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