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칼럼] 생애 첫 한의원 침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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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희 공모 칼럼니스트

발목 다쳐 한방의료 경험하면서
전체·맥락적 진료 탁월함 깨달아
한의학 임상 효용성 세계서 인정
양·한방 장점 누리는 환경에 감사
현대사회 미시·단기 접근법 익숙
문제 해결 위해 총체적 분석 필요

여름 내내 한의원에 다니고 있다. 발목 부상 때문이다. 다섯 살에 처음 깁스를 착용한 이래로 거의 5~6년 주기로 발목을 다쳐왔다. 그때마다 정형외과에 방문해 엑스레이를 찍고 물리치료를 받고 깁스를 하는 일련의 과정은 이젠 너무 익숙하다. 인대를 다친 것이기 때문에 엑스레이에서는 늘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의사선생님은 말했다. “엑스레이 사진상으로는 깨끗하네요. 다행히 뼈는 이상이 없습니다.”


다만 지금 부상은 이전과는 조금 달랐다. 이전까지는 길을 걷다가 넘어지거나 발을 삐끗해 다쳤다면 이번에는 누군가에게 발을 밟혀서 다친 경우였다. 부상 후 치료를 마친 지 몇 주가 지났음에도 운동을 할 때면 이따금 통증이 느껴졌다. 병원에서는 명확한 원인이 보이지 않으니 딱히 치료법이 없었다. 휴식을 취하라는 조언과 더불어 진통제를 처방받았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통증에 대한 좌절과 함께 전통의학에 대한 호기심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치료를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떠올려보면 어렸을 적 탕약을 먹고 쓴맛이 진했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한의원에서 받는 침, 부항, 뜸과 같은 치료는 뭔가 낯설게 느껴졌었다.

실제로 올해 초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24년 한방의료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젊은 세대일수록 한방의료 이용 경험이 낮아짐을 알 수 있다. 조사에서는 국민 중 67.3%가 평생 한방의료를 한 번이라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지만 연령별로 보면 차이가 있다. 20대 이하는 31.1%로 가장 낮았고 30대는 47.8%로 절반에 못 미쳤다. 반면 40대는 66.1%, 50대는 79.8%, 60대 이상은 86.6%로 나타났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한방의료 이용 경험이 뚜렷하게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이용률의 차이는 각 연령대에서 경험하는 질환 유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2030세대는 한방의료가 상대적으로 강점을 보이는 질환의 발병 빈도가 낮고 통증이 발생해도 약을 사먹거나 진통제를 처방받아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40대 이상에서는 등·허리 통증, 디스크, 관절염 등 근골격계 질환과 신경계통, 순환계통 질환 등 반복적이고 장기적인 통증에 대한 치료목적으로 내원했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주기적으로 한의원에 방문해 침 치료를 꾸준히 받은 결과 몸은 점차 반응하기 시작했다. 정강이부터 발가락까지 침을 맞고 난 후 처음엔 발등이 부푼 것처럼 느껴졌고 며칠 동안은 오히려 발 전체가 아프기까지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분산된 통증 덕분인지 오히려 발목 통증이 점차 옅어졌다. 발목 인대가 홀로 지탱했던 힘을 주변 다른 근육들이 함께 떠안으면서 마치 발 전체가 발목의 부담을 나누는 동안 발목이 회복되는 느낌이었다.

한의사 지인에게 이 경험을 나누었더니 내 감각이 실제 한의학의 치료 원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는 한의학이 중시하는 ‘전체’와 ‘맥락’의 개념을 이야기해 주었다. 몸은 개별적으로 나뉜 부위들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총체이며 증상은 그 흐름과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부분보다는 전체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독립된 개체보다는 끊임없는 상호작용과 연결 속에 놓인 관계적 존재를 탐구하는 철학이다. 또한 인위적이기보다는 우리 몸이 본래 가지고 있는 자연치유력을 통해 스스로 제 자리를 찾아 회복하길 촉진하는 철학이다.

생각해 보니 이런 철학적 원리는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유효할 것 같다. 예컨대 정신의학과에서 우울증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시스템은 효과가 신속하고 실용적이다. 하지만 우울증에 대한 감정의 뿌리를 살펴보고 맥락을 찾거나 문제 해결을 위한 근원에 도달하기엔 부족할 수 있다. 개인 차원이 아닌 집단 건강의 문제에 대해서도 원리는 유효할 것 같다. 곧 한 사회의 건강하지 못한 문제들에 대한 접근법도 한의학이 지닌 의료 철학처럼 보다 역사적인 시각과 총체적인 분석이 요구되곤 한다.

현대사회의 세계관은 대체로 전문화된 세부적인 관점과 미시적이고 단기적인 접근에 보다 익숙하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근현대 철학과 이전의 전통 철학이 지닌 사상적 특징은 마치 거울상처럼 서로를 비춘다. 두 관점 모두를 조화롭게 품을 때 각자의 한계를 보완하며 더 넓은 지혜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양방과 한방도 서로의 빈틈을 메우며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한의학은 외국에서 대체의학으로서 점점 더 주목받으며 임상적 효용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두 의학이 지닌 우수한 의료 기술과 장점을 언제라도 모두 누릴 수 있는 의료 환경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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