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두 걸음째 고비맞은 '건강한' 음식, 포기는 금물
윤여진 스포츠라이프부 차장
아이의 방학으로 고민거리가 더 생겼다. 도시락이다.
어떤 음식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느냐는 매일 숙제다. 바쁜 출근시간, 아이 도시락에 할애되는 시간은 많아야 20분 정도. 나 같은 이가 그 시간 안에 신선한 재료를 가지고 요리 다운 요리를 하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주어진 시간 안에 도시락을 싸내는 것이 최선인 상황에서 여러 종류의 가공육들은 자연스럽게 도시락의 주재료가 됐다.
매일 도시락과 사투를 벌이던 중 국립암센터와 대한암예방학회가 함께 만든 〈암 예방을 위한 식생활 지식 교과서〉 소개 기사를 준비하면서 책을 찬찬히 읽었다. 한번쯤 들어봤을 내용이지만 SNS 등에 떠도는 조각 정보의 진위를 가린다는 점에서 대단히 요긴하다.
환경 보호와 동물 복지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이 주목하는 대체육에 대해선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명확한 과학적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선을 긋는다. 책은 통조림이나 병조림 형태의 과일과 신선한 과일 사이에는 영양소 함량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밝힌다. 단 일부 통조림에는 통조림 캔에서 나온 비스페놀-A가 들어있을 수 있는데 이는 유방암 발생 위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인다.
채소와 과일에 포함된 색소 성분인 파이토케미컬에 대해서도 상세한 설명을 더한다. 당근, 고구마, 호박 등 주황색 계열의 과채류는 베타카로틴을 함유하고 있어 폐암, 식도암, 위암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베타카로틴의 경우 혈중 농도가 높을 때 폐암 예방 효과를 보이지만 흡연자가 고농도로 섭취하면 폐암을 진행시킬 수 있어 베타카로틴 함유 영양제를 섭취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책은 식습관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16시간 금식 후 8시간 내 식사를 하는 16/8 방법의 간헐적 단식은 비만인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수치와 혈압을 크게 감소시킬 뿐 아니라 식욕 억제 효과를 보였다. 일주일 중 5일은 규칙적인 식사를 하고 2일은 500~600kcal의 제한된 식사를 하는 5:2 방법의 간헐적 단식을 택한 사람의 65%가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 하지만 어린이와 노인, 저체중인 사람은 간헐적 단식을 하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붙는다.
조리방법도 암 발생과 관련이 있다. 발암 물질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는 지방이 많은 육류나 육류를 불에 직접 굽는 과정에서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지방이 적은 육류를 선택해 직화구이 방식 대신 찌거나 삶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립선암, 위암, 폐암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토마토의 리코펜은 기름과 함께 조리에 이용할 때 흡수율이 더욱 높아진다.
국제암연구소에서 발암 요인 1군으로 분류한 가공육에 시선이 머물렀다. 하루 50g씩 가공육을 섭취할 때 대장암 발생 위험이 18%씩 증가한다는 결과를 확인하고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특히 한국인의 가공육 섭취량은 하루 평균 7.5g인데 반해 6~11세 15.5g, 12~18세 16.0g으로 아동·청소년의 섭취량이 높다는 대목에서 죄책감이 더해졌다.
애써 외면한 진실을 마주한 이후, 가공육 줄이기에 돌입했다. 가지고 있던 가공육을 버리고 굽기를 포기했다. 전날 미리 재료를 준비하고 시간이 다소 걸릴 것 같으면 아침잠을 줄였다. 야심차게 마련한 도시락에 대한 아이의 반응은 “엄마, 못 먹겠어.”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나. 단짠에 길들여진 입맛을 건강하게 되돌리는 것, 내가 해야 할 또다른 숙제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