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최고의 파도는 아직 오지 않았다
김한수 편집부장
폭염 속 해수부 부산 이전은 희소식
청사 인근 시장엔 오랜만에 함박웃음
세계 행사 유치·롯데 가을야구도 기대
해수부 부산 이전, 부산 도약 첫 ‘파도’
공공기관 이전·해사법원 설치 필요
세계 최고 해양 도시의 꿈 이뤄야
부산이 모처럼 떠들썩하다. 한낮 기온이 35도를 훌쩍 웃도는 숨 막히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지만, 폭염이 끝난 뒤 올해 가을 그리고 겨울, 그 이후에 다가올 변화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부산 시민들은 그 기대감에 올해 더위를 견디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 퇴근길에 부산 동구 수정동 부산일보 본사 바로 옆 수정골목시장에 들렀다. 최근 해양수산부 이전 청사로 결정된 건물과 10여m 떨어진 시장이다. 시장 입구 만두 가게 사장님과 횟집 사장님은 더위에 지친 모습이었지만, 해수부 부산 이전 소식이 반가운 표정이었다. 만둣집 사장님은 “죽어가던 수정동 상권이 이젠 좀 살아날 것 같네요. 오시는 해수부 손님들 정성껏 모셔야지요”라며 미소 지었다. 횟집 사장님도 “해수부 직원분들 회 맛있게 성글어 드려야지예”라며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 속에서도 시장 상인들과 웃으며 대화할 수 있는 것이 기뻤다.
세계적 행사의 부산 유치 소식도 줄을 잇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두 행사에는 “Busan, Korea!”가 불렸다. 부산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와 ‘마술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마술연맹 월드챔피언십 개최지로 결정됐다. 지난 23일에는 세계 최대 도서관·정보 분야 국제 행사인 세계도서관정보대회 개최지도 부산으로 확정됐다. 2030 월드 엑스포 유치전 탈락의 아픔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국제도시’로서의 부산의 명성을 쌓기엔 더없이 좋은 기회임에 틀림이 없다.
롯데 자이언츠도 올해는 다르다. 올 시즌 가을야구를 볼 수 있는 날이 점점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2017년 이후 8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 확률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롯데는 한화 이글스, LG 트윈스에 이어서 올 시즌 10개 팀 중 세 번째로 50승을 넘어섰다. 롯데의 좋은 성적에 사직야구장 홈 경기 입장권 구하기는 ‘하늘에서 별 따기’를 넘어 ‘우주에서 별 따기’다. 사직야구장을 찾는 관중이 늘면서 구단 관계자들조차 입장권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미 롯데 팬들은 올가을 롯데 선수들이 써 나갈 이야기를 감상할 준비를 마쳤다.
이 같은 부산의 변화와 성과는 매우 반갑다. 하지만 부산 곳곳에 활기를 불어넣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여전히 부산 시민들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은 꽁꽁 얼어붙어 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전통시장과 상권에 활기를 넣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 부산 인재들이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 서울과 수도권, 해외로 떠나는 현상은 큰 흐름이 되고 말았다. 부산으로 본사를 옮기는 기업들은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산에 찾아온 좋은 발전 기회를 더 가꾸고 발전시킬 동력을 만들 인재들이 부산을 떠나고 있다. 서울·수도권에서 하루가 멀다고 들려오는 집값 폭등 소식에 부산 시민들의 허탈감은 커져만 간다.
지난 2021년 대한민국 서핑 국가대표팀 송민 감독은 2020 도쿄 올림픽 당시 한 지상파 중계 방송에서 한 발언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송 감독은 ‘똑같은 파도는 오지 않는다’며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자신이 올라탈 미래의 파도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고의 파도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한 마디도 덧붙였다. 현재에 만족할 것이 아닌 다가올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부산은 해수부 부산 이전이라는 ‘파도’를 잘 준비해야 한다. 이번 파도는 그동안 바다 아래 가라앉아 있던 부산의 경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릴 중요한 기회다. 이번 파도에 올라타 파도 속을 항해할 기회이기도 하다. 해수부에 이어 해양 공공기관·대기업 이전과 해사법원 설치, 동남권 투자은행 설립 역시 또 한 번의 파도가 될 것이 분명하다. 두 번의 파도를 잘 준비하고 활용한 뒤에는 더욱 큰 파도에 올라탈 체력을 가질 수 있다.
부산은 울산, 경남과 함께 해수부 이전을 계기로 동북아 시대의 진정한 ‘해양 수도’로의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부울경 지역의 조선, 자동차, 기계 등 전통적인 제조업 분야의 밑바탕에다 관광, 해운, 물류 분야가 더해져 다시 한번 성장해야 한다. 이 분야는 부울경이 가장 한국에서 잘 하는 분야임에 틀림이 없다.
여기에다 AI 시대를 맞이한 디지털 경제와 금융 기능이 강화된다면 부산 경제의 성장 엔진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해수부 부산 이전이라는 첫 파도는 마지막 파도가 아닌 오랜 기간 꿈꿔온 ‘세계 최고의 해양 도시, 부산’으로의 성장을 위한 첫걸음이어야 한다. 부산시는 물론 부산 상공계, 부산 시민은 파도를 맞이할 준비에 나서야 한다. 부산에 최고의 파도는 아직 오지 않았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