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산시와 아파트 콤플렉스
일자리 사라진 곳 아파트 짓는 부산
“부산의 특산품은 아파트, 아파트~”
부산 시민은 '아파트 도시' 콤플렉스
‘빈 땅=고층 아파트’ 등식, 이젠 깨야
최근 부산시의 한 인사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시민들은 왜 부산에 아파트만 짓는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했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부산 시정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와 관련해서다. 지방선거가 머지않았으니 시정 평가에 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을 시기다. 그는 부산시가 구조적이고 복잡다단한 위기 속에서도 일자리 창출과 도시 브랜드 향상을 위해 분투하며 쏠쏠한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시민 평가가 너무 박해 답답하고 억울하다고 했다. 그러고는 부산의 제분업체 한탑(옛 영남제분) 얘기를 꺼냈다. 최근 한탑이 현 공장 부지에 대해 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용도 변경(종 상향)을 요구해 특혜 논란이 일었는데, 부산시가 심의를 통해 해당 안건을 부결했고, 이는 박형준 부산시장과 시 정무 라인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한탑이 역외가 아닌 부산 내로 공장 이전 계획을 밝혔음에도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건 ‘아파트만 주야장천 짓는다’는 시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얘기하며 “(부산의 위기가)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나오지만, 부산의 위기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인구 소멸, 청년 유출, 고령화, 기업 역외 이탈 등 난국은 날로 심화한다.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쌓이고, 도시의 소득 수준과 소비력을 뛰어넘는 고분양가 아파트 개발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오며 부산 시민들의 위기감과 패배 의식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산의 특산품은 아파트’라는 웃지 못할 말까지 나돈다. 아파트는 어느새 부산 시민들의 콤플렉스가 됐다.
박 시장도 억울할 만하다. 아파트 개발에 밀려난 기업 홀대의 대표적 사례인 YK스틸 사태가 표면화된 건 이미 10년이 넘었고, YK스틸이 충남 당진으로 이전을 최종 결정한 것도 박 시장이 보궐선거로 당선되기 이전의 일이다. 해안가가 초고층 아파트로 채워진 것도 그렇다. 재송동 한진CY 부지와 기장 한국유리 부지 등 도심 공업 지역이나 준공업 지역을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용도로 바꿔주며 고층·고밀도 아파트 개발이 가능하도록 길을 터준 사전협상제의 경우도 본격적인 사전 협상이 이뤄지고 아파트 개발 계획의 윤곽이 나온 건 박 시장 재임 이전의 일이다.
박 시장은 최근 취임 3주년 인터뷰에서 부산을 아파트 도시로 보는 시각은 근거 없는 정치적 프레임이라고 했다. 일부 사례로 일반화를 하고 있으며, 부산 지역 아파트 착공 실적은 최저 수준으로 아파트를 오히려 적게 짓고 있어 억울하다며, 오히려 적정 아파트 공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하지만 몇 년 새 전국 대도시 중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가장 많이 사라진 곳이 부산이다. 이들이 사라진 곳은 대부분 고층 아파트로 채워지고 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일자리는 사라졌다. 공장과 산업 시설이 떠난 유휴 부지 역시 사전협상제를 통해 일자리가 사라지고 아파트가 들어선다. 아파트를 마땅히 지어야 할 땅에 아파트를 지어야 하지만,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용도의) 땅에 죄다 아파트를 지으니 부산을 아파트 도시라고 보는 불편한 시선이 생기는 것이다.
아파트 공급이 줄어든 건 비단 부산만의 상황이 아니다.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서울과 울산, 광주, 강원, 경북, 전북, 전남 등 7개 지자체는 최근 1년간 아파트 착공 실적이 지난 5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공사비와 분양가 상승으로 미분양이 증가하며 지방 분양 시장은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아파트 공급 물량은 크게 줄었다. 부산은 인구 감소와 빈집 증가 등 도시 위기의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만큼, 아파트 공급 규모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일자리가 사라진 자리에 아파트를 짓는 일은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부산 시민이 아파트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제는 일자리가 떠난 자리를 아파트로 채우기보다, 직주근접의 장점을 살려 첨단 산업을 유치하는 방향으로 행정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아파트 공급은 부산 곳곳에 산재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활성화를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부산시는 이제 부산에서 고층·고밀도 아파트 개발이 더 이상 녹록잖다는 기조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관련 심의나 허가 조건을 엄격히 적용하는 등 행정적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된다. 최근 한탑 사례처럼 말이다. 빈 땅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을 깨야 한다. 아파트를 허가하고 공공기여만 받으면 끝이라는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인 행정을 뛰어 넘어, 도시 발전과 시민의 행복을 위해 보다 지속 가능한 도시 계획을 추구해 나간다면 부산 시민의 아파트 콤플렉스도 사라지지 않을까.
이대성 사회부 차장 nmaker@busan.com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