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어색하지만 만남이 필요한 이유
김길수 중서부경남본부장
정부는 ‘5극3특’… 부산·경남은 행정통합
특별연합 김 전 지사 지방시대위원장 취임
엇박자 균형발전, 중앙과 지방 조율 필요
6·3 대통령선거를 통해 계엄사태 등으로 혼란스러웠던 대한민국이 안정을 찾아가는 듯하다. 하지만, 안정을 찾아가는 중앙정부와 달리 지방자치단체는 마치 큰 지진을 대비하듯 긴장하는 상황이다. 내년 6월 전국 지방선거 때문이다. 지역 정가에선 벌써 자치단체장과 의회 의원 출마자가 거론되고 선거 이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산과 경남의 핫 이슈는 논의가 진행중인 ‘부산·경남 행정통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울산·경남(이하 부울경) 시도지사는 지난 2일 경남 김해에서 현안간담회를 갖고 △지방분권 강화와 국가균형발전 실현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동대응 등에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부산·경남 행정통합이 성사될 경우, 울산도 참여를 검토하겠다는 부연설명도 붙였다.
동남권 핵심 요소인 울산이 행정통합 논의에서 빠진 것을 비롯해, 이 시점에 굳이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공동대응하겠다는 ‘드라마 재방송’같은 발언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대선 이후 여당에서 야당으로 바뀐 자신들의 입장에 공동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모든 일에는 목적(방향)과 목표(수단)가 있다. 시도지사 간담회 목적은 비대해진 수도권 중심의 1극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균형발전 실현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지역소멸을 방지하고 수도권에 대응하기 위해 동남권이 하나의 경제·생활권으로 규모를 키우고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 오던 상황이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목적에 대해 중앙정부도 공감하면서 다양한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목적을 향해 가는 수단은 중앙정부가 특별지방자치단체(특별연합)를, 부산·경남은 행정통합을 제시하는 등 엇갈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5극3특(5대 초광역권·3대 특별자치도 육성)’ 전략을 제시했다.
이 전략은 수도권·동남권·충청권·대경권·호남권 등 5개 초광역권별 특별연합를 구성해 활성화하고, 제주·강원·전북 등 3개 특별자치도의 자치권한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른바, 메가시티라는 특별연합을 만들어 권역에 포함된 지역의 광역업무를 수행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부산시장과 경남도지사는 기존 광역시도 위에 특별연합을 만들기 보다는 행정통합을 통해 단일화한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업무를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2년 4월 부울경은 특별연합을 출범시켰다. 특별지자체 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이후 최초 사례였다.
하지만 그해 6월 지방선거에 당선된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김두겸 울산시장은 입장을 번복했다. 특히 울산시가 독자 노선을 선언하면서 동남권에서 부산과 경남만 행정통합 논의를 시작했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행정통합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추진과정은 거북이걸음이다. 통합여부에 대한 선택권을 쥔 주민의 낮은 참여와 중앙정부와의 이견이 큰 걸림돌이다. 더욱이 경남 쪽을 대표하는 권순기 공동위원장이 최근 교육감 출마예상자로 거론되면서 사임하자 추진동력에 차질이 예상된다.
경남 서부지역 반발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 11일 진주 경상국립대에서 열린 서부권 (진주·사천·산청) 행정통합 토론회에서 ‘통합청사 진주 유치’ 주장이 불거졌다. 토론과정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지자체에 선물을 줘야 한다”면서 “부산보다 경남에, 동부경남 보다 서부경남에 더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통합에 대한 윤곽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통합청사 위치를 거론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풀어야 할 과제가 ‘산너머 산’이다.
더욱이 부울경 메가시티를 주도했던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최근 이재명 정부의 첫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했다. 중앙정부의 국가균형발전과 자치분권 정책 컨트롤타워를 쥔 상황이다.
그는 자신이 출범시킨 특별연합을 무산시키고, 행정통합을 추진중인 지자체장들과 만나 현실 인식에 대한 의견교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엇박자가 예상되는 국가균형발전전략에 대해 중앙과 지방이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박 도지사는 특별연합을 ‘옥상 옥’으로 폄하했고, 당시 옥중에서 김 위원장은 “기초공사도 하지 않고 집 짓겠다는 격”이라며 행정통합을 비판한 적이 있다. 전·현직 경남도지사간 어색한 만남이 되겠지만 이는 동남권 미래를 위해 꼭 풀어야할 과제다.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