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스타트업 대표에게 가족 취업 청탁한 공무원 ‘선고유예’
부산지법 동부지원, 징역 4개월 선고유예
“직무와 관련한 청탁이 없었던 점 등 고려”
부산에서 정부 용역 연구비를 부정하게 챙긴 기업 대표에게 가족 채용을 청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산 한 구청 공무원에게 법원이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이동기 부장판사)는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50대 구청 공무원 A 씨에게 징역 4개월 선고를 유예했다고 15일 밝혔다. 선고유예는 비교적 가벼운 범죄에 대한 선고를 미루고, 결격 사유 없이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처벌을 면해주는 판결이다.
구청에서 기업 지원 업무를 한 A 씨는 2020년 9월 부산 한 구청 옥상에서 스타트업 대표 B 씨에게 “자식 셋 키우는 게 너무 힘들다”고 말을 꺼내며 무직인 자녀 2명과 배우자 취업을 부탁한 혐의로 기소됐다.
B 씨는 향후 사업에 편의를 얻을 생각으로 A 씨 부탁을 들어줬고, 2020년 9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연구 용역과 관련한 일자리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
스타트업을 운영한 B 씨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 용역을 수주해 매출을 올렸고, 가짜 법인을 참여 기관으로 등재해 허위 연구 인력 수십 명을 동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방식으로 연구 과제 사업을 딴 그는 연구비 등으로 약 41억 원을 부정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A 씨가 구청 공무원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가족들 취업 기회를 뇌물로 받았다”며 “공무원이 수행하는 사무에 대한 공정성과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다만 “A 씨가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B 씨로부터 직무와 관련된 청탁을 받은 적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B 씨는 지난해 12월 연구비를 편취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형이 확정됐다. 그는 앞선 재판에서 징역형을 받은 점을 고려해 이번 재판에서는 형을 면제받았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