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관 후보자 엄정한 검증이 새 정부 국정 동력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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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교육부 장관 등 17명 인사청문회
여당 밀어붙이기식 곤란… 국민 지켜봐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초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앞서 김민석 국무총리 인준을 두고 강하게 충돌했던 여야는 이달 중순부터 17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을 둘러싼 청문 정국 ‘2라운드’에 돌입하며 다시 한 치도 물러섬 없는 대치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청문회의 중심에는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있다. 단순한 논문 중복 게재를 넘어 제자 연구 성과 무단 인용이라는 심각한 연구 윤리 위반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커지는 형국이다. 교육부 장관은 단순한 행정부처의 수장을 넘어 높은 도덕성과 책임감을 요구받는 자리다. 그런 점에서 이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이 장관 후보자는 2018년 충남대 교수 재직 시절 사실상 동일한 내용을 담은 논문 두 편을 서로 다른 학술지에 발표해 ‘논문 쪼개기’ 논란을 자초했다. 더 나아가 이 논문들이 자신이 지도하던 대학원생의 박사 논문과 유사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유사도는 35%에 달하며 실험 설계와 결론 등에서도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쯤 되면 단순한 실수나 해석의 차원으로 볼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국민의힘은 “범죄 수준”이라고 비판하며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법 위반은 아니다”는 취지로 방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이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물론 공대 특성상 제자와의 공동 연구가 잦고 실험 장비나 환경이 유사할 수 있다는 점, 또 총장 임용 당시 검증을 거쳤다는 이 후보자 측의 반론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타당한 해명이라면 철저한 자료 제출과 함께 인사청문회에서 투명하게 밝히면 될 일이다. 우리는 역대 정부마다 논문 표절 문제로 낙마한 사례는 종종 봐왔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이 후보자 외에도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의 겹치기 근무 의혹,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이해충돌 논란 등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여당으로서는 초대 내각의 조속한 출범을 통해 국정 안정을 도모하고 싶겠지만 그럴수록 인사 검증은 더욱 엄정하고 철저해야 한다.

인사는 정권의 철학을 드러내는 거울이다. 인사청문회는 장관 등 후보자가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지를 검증하는 시험대다. 이번 청문회는 이재명 정부의 인사 기조가 본격적으로 평가받는 시간이다. 총리 인사 강행 여부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채 수습되기도 전에 장관 후보자들까지 잇따라 논란에 휘말리면 국정 동력과 초기 신뢰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여야가 청문회를 정쟁의 장으로 변질시키는 것도 문제지만 정부가 윤리적 논란을 외면한 채 임명을 밀어붙이는 건 더 큰 문제다. 새 정부는 인사 검증을 부담이 아니라 국정 동력을 확보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국민은 지금 정부의 인사 기준을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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