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교과서, ‘도입률 전국 2위’ 부산서도 사실상 퇴출 수순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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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 개정에 ‘교육자료’ 격하 임박
부산교육청 관련 예산 약 2억 원 불과
현장 교사·학생도 “학습 실효성 의문”


AI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부산에서도 AI 교과서가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사진은 AI 교과서를 체험 중인 교사. 연합뉴스 AI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부산에서도 AI 교과서가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사진은 AI 교과서를 체험 중인 교사. 연합뉴스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유력해지면서, 도입률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부산도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부산시교육감 재선거에서 AI 교과서 도입을 반대한 진보 성향의 김석준 교육감이 당선됐고, 교육 현장에서도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이러한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린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AI 디지털 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바꾸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개정안은 2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상정되지 않았지만, 국회 과반 이상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이 강하게 추진하고 있어 본회의 통과는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국가 교육과정에 맞춰 편찬된 교과서는 학교 수업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지만, 교육자료는 학교나 교사가 자율적으로 선택해 활용할 수 있다.

이에 전국에서 두 번째로 도입률이 높은 부산에서도 AI 교과서가 점진적으로 퇴출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초 기준 부산의 AI 교과서 도입률은 36.5%로, 대구(98.1%)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산시교육감을 지낸 보수 성향의 하윤수 전 교육감이 윤석열 정부 정책 기조에 발맞춰 AI 교과서를 적극 도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 전 교육감이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벌금 700만 원 형을 받으며 교육감직을 상실하고, 올해 4월 2일 열린 교육감 재선거에서 AI 교과서 도입을 반대한 김석준 교육감이 당선되며 분위기는 반전됐다. 실제로 부산시교육청이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안에 편성한 AI 교과서 관련 예산은 2억 2000만 원에 불과하다. 기존에 보급된 기기와 부속품을 관리하는 수준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AI 교과서 도입률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별도 사업이나 프로그램은 운영하고 있지 않다”며 “현 시점에서 AI 교과서는 교육 정책 방향과 맞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교육 현장에서도 AI 교과서를 둘러싼 회의적 반응이 나온다. 가장 큰 이유는 ‘AI’라는 이름과 달리 실제 인공지능 기능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노후화된 태블릿과 불안정한 무선 인터넷, 느린 반응 속도 등으로 수업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일이 잦다고 일선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김한나 부산교사노조 위원장은 “이름만 AI일 뿐, 기존 디지털 교과서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며 “종이책을 단순히 화면에 띄운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학부모의 불만도 적지 않다. 자녀가 AI 교과서를 사용해봤다는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패드에 필기하긴 하지만, 공부가 잘 안 된다고 말한다”며 “영어 단어 입력 시 띄어쓰기나 철자 하나만 틀려도 오답 처리되고, 수학 문제는 풀이 없이 정답만 입력해야 하니 학습 흥미가 떨어진다고 하소연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주호 국무총리 권한대행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AI 교과서 폐지를 두고 “현장의 혼란이 예상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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