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헌재, '자국군 험담' 패통탄 총리 직무정지…해임 청원도 심리키로
태국 헌법재판소가 분쟁 상대국의 실권자와 통화를 하던 중 자국군 사령관을 험담한 사실이 드러난 패통탄 친나왓 총리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1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태국 헌재는 이날 훈 센 캄보디아 상원의장과의 통화 내용 유출 파문과 관련해 패통탄 총리가 헌법 윤리 기준을 위반했는지 심리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판결 때까지 총리 직무 정지를 명령했다. 해임 요구 청원에 대해서는 재판관 전원 일치로 재판을 개시하기로 했으며, 직무 정지와 관련해서는 재판관 9명 중 7명이 찬성했다. 앞서 보수 성향 상원의원 36명은 패통탄 총리가 캄보디아와의 충돌 과정에서 헌법 윤리를 위반했다며 해임 요구 청원을 헌재에 냈다. 패통탄 총리는 지난해 8월 세타 타위신 총리가 부패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인사를 장관으로 임명했다가 헌재에 의해 해임된 이후 후임 총리로 선출됐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딸인 그는 37세에 태국 역대 최연소이자 두 번째 여성 총리가 됐으나, 10개월여 만에 해임 위기에 직면했다.
이는 지난달 28일 국경지대에서 태국과 캄보디아 군이 총격전을 벌이면서 양국 간 갈등이 확대된 가운데 패통탄 총리와 훈 센 의장의 통화가 유출돼 파문이 일었기 때문이다. 당시 패통탄 총리는 훈 센 의장을 '삼촌'이라고 부르며 저자세를 보였고, 국경 지역을 관할하는 자국군 사령관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통화에서 분씬 팟깡 제2군 사령관이 반대 진영에 속한 인물이라며 "우리 의도와 다른 반대편 사람들의 말을 듣고 분노하거나 좌절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그는 멋있어 보이고 싶어 한다"며 "그가 하는 말은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하지만 훈 센 의장은 해당 통화 내용을 약 80명과 공유해 사실상 유출했다. 이후 태국 야권은 총리 사퇴를 압박하고 있으며, 지난달 28일에는 수도 방콕에서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도 열렸다.
이날 태국 헌재의 직무 정지 명령에 대해 패통탄 총리는 이를 받아들인다며 "이 모든 일로 마음이 상한 분들에게 사과드리고, 태국인으로서 국가를 위해 계속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패통탄 총리는 총리로서의 직무는 정지됐지만 내각에 남을 수 있게 됐다. '통화 유출 사태'와 관련해 품짜이타이당이 연립정부에서 이탈하자 개각을 추진해온 패통탄 총리가 최근에 제출한 새 내각 구성안이 이날 국왕 승인을 받았다. 이번 개각 명단에서 패통탄 총리는 문화부 장관을 겸직할 예정이다. 이는 총리 직무가 정지돼도 장관으로 내각에 남아 국정에 관여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됐다. 총리 직무 정지 기간 권한대행은 쑤리야 증룽르앙낏 부총리 겸 교통부 장관이 맡을 예정이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