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타면서 연애를 한다고?… 웹툰 작가 활약 현직 항해사 황희상 씨
항해사 애환, 일상 등 담은 콘텐츠
업무 시간 쪼개가며 게시물 업로드
"항해사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 주는 게 목표"
"저는 ‘배 타면 ATM(현금 자동 입출금기) 된다’는 말 제일 싫어합니다. 수 개월 배를 타면서도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분들이 훨씬 많거든요. 저희 가족처럼요"
인스타그램에서 ‘온더더씨(onthethe._.sea)’라는 계정을 운영하는 웹툰 작가 겸 항해사 황희상(30)씨는 사람들이 항해사에게 가지고 있는 잘못된 편견과 오해를 바로 잡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와 똑 닮은 ‘해뭉이’라는 캐릭터를 앞세워 디자이너이자 친누나인 황민지(32) 씨와 협업해 4년째 인스타그램에 웹툰을 비롯한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황 씨는 사람들의 편견과 달리 기관사 아버지 밑에서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6개월 정도 배를 타고 집에 오면 황 씨의 아버지는 황 씨 남매와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처음엔 경찰이 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설득으로 항해사가 되기로 결심해 2015년 목포해양대에 입학했다”며 “배를 타도 우리 가족처럼 충분히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진로를 결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2019년 입사해, 배를 타기 시작했고, 지금은 일등항해사다.
그는 사람들에게 항해사라고 말하면 ‘원양어선을 타는 거냐’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고 한다. 항해사가 타는 배는 어선부터 벌크선, 컨테이너선, LNG운반선 등 종류가 다양하다. ‘해적 만난 적 있냐’도 단골 질문이다. 그는 “항해사마다 다니는 항로가 달라, 해적을 만나는 항해사도 있고, 만나지 못하는 항해사도 있다”며 “심지어 해양대를 다니는 학생들조차 아주 기초적인 질문을 할 때가 있어, 정말 이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봐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항해사가 하는 일’, ‘항해사의 하루 일과’과 같은 기초적인 직업에 대한 설명부터, ‘배에서 새 구해준 썰’, ‘배에서 식량을 구하는 법’, ‘배에서 아플 때’ 등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항해사의 일상을 만화로 풀어낸다.
배에서는 인터넷 접속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콘텐츠를 생산하기 매우 어렵다. 그는 “콘텐츠를 구상해서 초안을 작성하면, 친누나가 그걸 다듬어서 업로드하는 식으로 진행한다”며 “한 달에 약 8G의 데이터 제한이 있다. 콘텐츠를 생산하려면 다른 게시물들도 참고해야 하는 데, 데이터 문제로 몇 초만 보고 끄는 식으로 데이터를 아끼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조회수가 높은 게시물은 ‘곡선이 직선보다 길이가 짧은 이유’라는 제목의 콘텐츠다. 그는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평면 지도상에서의 직선은 사실 곡선보다 길이가 길다”며 “항해사가 모르면 바보소리 듣는 기초 상식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새롭게 다가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해당 콘텐츠의 조회수는 22일 기준 약 1400만 회에 이른다. 높은 인기 덕에 그는 목포해양대나 해수부 등 각 관련 기관들과 협업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항해사의 연봉과 연애에 대한 콘텐츠가 가장 인기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항해사가 같은 나이에 비해 급여가 높은 건 맞다. 직업 만족도가 가장 높은 부분이 연봉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예비 항해사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부분 중 하나가 ‘연애’라고 설명했다. 황 씨는 “떨어져 있을 때 본인 일에 집중하고, 서로를 잘 이해하며 신뢰를 쌓아나간다면 충분히 연애도 할 수 있고, 결혼까지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콘텐츠는 부업일 뿐 계속해서 배 타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고 전했다. 황 씨는 “예비 항해사뿐 아니라 배 타는 자녀나 연인을 둔 분들이 콘텐츠를 자주 본다”며 “‘진로 선택에 가장 많은 도움이 됐다’는 말이나, ‘항해사 남자친구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적으로는 도선사가 되고 싶다. 계속해서 많은 분들에게 항해사에 대해 더 정확하고 현실적인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