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회용품 사용 장면, 방송 금지해야
김성근 (사)ESG시민운동본부 이사장·신라대 기업경영학과 교수
기후위기와 자원고갈,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이제 단순한 환경 이슈가 아닌,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재난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우리의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은 이러한 위협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인의 편리함’이라는 명목 하에 사회적으로 묵인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태도에서 벗어나야 할 때이다.
정부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을 더 이상 당연한 문화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노출 자체를 제한하는 강력한 인식 전환과 제도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단순히 재활용을 독려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수준이 아니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장면을 ‘없애는’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
방송, 유튜브, 드라마, 광고 등 다양한 매체에서는 출연자가 일회용 커피컵을 들고 대화하거나, 플라스틱 생수병을 마시고, 배달 용기에 담긴 음식을 먹는 등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일회용 용기 등의 사용 장면이 아무 여과없이 등장한다. 이러한 장면들은 시청자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이건 괜찮은 선택’, ‘당연한 일상’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며, 이런 무의식적인 모방은 곧 행동으로 이어지고 결국 일회용품 사용을 습관화시키는 시각적 사회 교육이 되고 만다. 이러한 잘못된 교육은 누구의 허락도 없이, 누구의 책임도 없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시각적 영향력의 파급력은 이미 다른 사례에서도 입증되어 엄격한 법 적용을 받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방송법에서 음주, 흡연, 사행 행위 등 유해 행위의 노출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8조는 ‘방송은 음주, 흡연, 사행행위, 사치 및 낭비 등의 내용을 다룰 때에는 이를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중파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나 예능에서는 흡연이나 음주 장면이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으며, 나올 경우 모자이크 블러 처리를 하거나 사전 안내 문구를 삽입해야 한다.
그렇다면 왜 방송 매체에서 일회용품 노출 장면은 여전히 규제의 예외로 남아 있는가? 이제는 환경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함께 나서야 할 시점이다. ‘일회용품 노출 제한’을 포함한 미디어 윤리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경고, 제작 지원 배제 등의 실질적인 제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방송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길이다. 동시에,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기도 하다. 방송은 이미 우리사회에서 단순한 오락이나 정보 전달을 넘어 시민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사회적 도구다. 특히 공영방송과 지역방송은 ESG시민운동의 촉진자로서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미 공영방송의 긍정적인 사례도 존재한다. KBS의 다큐멘터리 ‘쓰레기 대란의 경고’는 해외에 수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와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영향을 집중 조명하여 시청자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방송 이후 환경단체, 교육기관의 문의가 급증하고, 지역자치단체의 자원순환 정책 수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방송이 얼마나 강력한 사회 변화의 촉매제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또한 서울특별시 민영방송국인 TBS는 지역 카페와 협력하여 ‘일회용 컵 Zero 캠페인’을 정기적으로 방송하고, 지역 사회의 참여를 적극 유도함으로써 실천적 시민운동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방송이 우리 사회의 변화를 촉진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희망적인 신호다.
이제 방송은 단순히 ‘보도하는 매체’를 넘어, 시민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공공성을 기반으로 한 공영방송과 지역방송이 ESG 실천의 본보기를 보이는 것은 제도와 문화를 동시에 바꾸는 가장 강력한 전략적 수단이 될 수 있다.
방송이 바뀌면 시민이 바뀌고, 시민이 바뀌면 정책도 바뀐다. 정부는 제도적인 기반을 만들고, 방송은 실천의 본보기를 제시하며, 시민은 참여를 통해 행동으로 응답할 때 비로소 ‘일회용품 Zero 사회’는 실현이 가능하다. 일회용에서 다회용으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내일을 위한 당연한 실천이다. 그리고 그 실천의 동력은 바로 방송 매체와 시민 사회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