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지역의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이현정 경제부 차장
삼정기업 금양 등 위기 여파 지방은행에
수익 감소와 건전성 악화로 이어져
지방은행은 지역 순환 경제의 핵심축
공공기관 자금 예치비율 의무화해야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 기후위기를 마주하며,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는 이 ‘평범한’ 진리를 상처 입으며 몸으로 깨달았다. 네가 안전해야 내가 안전하고, 내가 살아야 너가 산다고.
반얀트리 공사장 화재로 인한 삼정기업의 기업회생 신청, 촉망 받던 2차전지 기업 금양의 상장폐지 위기는 지방은행의 건전성 악화로 연결됐다. 부산은행의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33%나 감소했다. 대손충당금이 증가하고, 석 달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 비율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상승하면서 자산 건전성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KB금융의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62.9% 상승해 1조 7000억 원가량을 기록하는 등 시중은행·인터넷은행들이 당기순이익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고공행진을 할 때, 부산은행은 지역 경제의 신음을 지표로 들려줬다.
연결 고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방은행인 부산은행의 위축은 결국 지역 경제 위축으로 이어진다. 당장 지역에서 경제 활동을 이어가는 기업과 소상공인, 가계 자금 흐름에 영향을 미치며, 이익을 다시 지역사회로 환원하는 사회공헌 사업 또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지역 우수 인재들을 지역에 머물게 하는 좋은 일자리도 줄어든다. 지방은행은 단순한 금융기관이 아니라, 지역경제의 핵심 축이다.
지난 17일 성황리에 개최된 부산은행의 대표적 사회공헌 사업 ‘I LOVE(아이사랑) 페스티벌’에 3000여 명의 시민들이 참가했는데, 3000여 명에게 선물했던 ‘소소한 행복의 하루’가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지방은행은 그렇잖아도 인터넷 전문은행과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 시중은행의 지방 영업 강화와 같은 위험 요소들에 직면해 있다. 인구와 산업, 자본시장 규모가 수도권에 비해 절대적 열위에 있고, 이 격차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는 점은 지방은행의 근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 요소다. 앞서 외환위기 때는 많은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에 흡수되기도 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 확대로 10년 후쯤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던 일이 5년 이상 앞당겨져 일어나고 있다. 이제 막 준비하려 했는데 이미 들이닥쳐 손을 쓸 수가 없다”고 했는데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은 초기 인터넷, 스마트폰이 확대되던 때보다 훨씬 더 숨가쁘게, 급격한 곡선을 그리며 일어나고 있다.
지방은행의 위기 감지는 그래서 더 예민한 촉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지난달 열린 제1차 금융노동포럼의 주제를 ‘지역 경제의 위기와 지방은행의 역할’로 정하고 지방은행이 지역 밀착형 관계금융을 통해 지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만큼, 지방은행을 통해 지역의 돈이 지역에 재투자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부산경실련도 최근 대선을 앞두고 발표한 공약 제안에서 공공기관들이 지방은행 거래 비중을 더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해 공공기관 경영 평가 시 가산점을 주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선 조사에서 부산 이전 공공기관의 지방은행 거래 비중이 낮아 공공기관의 운영 자금 대부분이 시중은행을 통해 역외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해 낸 보고서에서 지방소멸을 억제하기 위해 은행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는데, 지자체가 시 금고를 지정할 때 은행의 해당 지역 중소기업의 대출 실적에 가점을 주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물론 지역 경제 순환의 고리 어디쯤에서 ‘나’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건 어떨까. 올 초 지역 신발산업을 대표하는 향토기업 트렉스타가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소식을 전해들은 부산, 경남 시민들과 지자체, 지방은행이 앞다퉈 향토기업 살리기에 동참하면서 내수에서만 매출이 지난해 대비 140% 상승하고 온라인 구매 실적은 260% 증가했다고 한다. 이에 화답하듯 트렉스타는 4000만 원 상당의 등산화를 경남 산불 피해 지역에 기부했다. 지역 경제의 핵심은 순환이고, 연결이다.
부산 커피 기업 모모스는 전국에 원두를 판매하며 모모스커피의 원두와 부산우유의 절묘한 맛의 조합을 알린 덕에 부산우유를 쓰는 곳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로컬의 미래〉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지역화는 글로벌 경제가 입힌 손상을 만회하는 가장 전략적이고, 효과적이며, 상식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소멸을 막을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지역화는 행복의 경제학이라고 했는데, 개개인을 공동체 그리고 자연과 다시 이어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역 순환 경제는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한 경제다. 이 순환의 핵심 축은 지방은행에 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