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창의 클래식 내비게이터] 구레츠키 교향곡 3번, 슬픔의 강을 건너는 음악
음악평론가
‘바흐트랙’ 같은 자료에 의하면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 공연장에서 현대음악 레퍼토리가 급증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한국도 현대음악이 장사 안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무려 36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1991년 빌보드 클래식 차트에서 벌어진 기이한 현상을 떠올리게 된다. 그 해에 헨리크 구레츠키(Henryk Gorecki, 1933~2010)라는 폴란드 작곡가의 음반이 느닷없이 등장하여 무려 31주 동안 정상을 지키며 100만 장 이상 팔리는 일이 벌어졌다. 데이비드 진먼의 지휘로 런던신포니에타가 연주하고 소프라노 돈 업쇼가 노래한 음반이었다. 연주 시간만 50분이 넘는 대작이며 세 개의 악장 모두 렌토(아주 느리게)로 진행하는 곡인데, 우리나라에서도 3만 장 넘게 팔렸으니 엄청난 사건이었다.
더욱 이상한 것은 그해 나온 신작이 아니라 이미 1977년 4월 4일에 초연된 후 14년 동안 무시당한 채 있던 곡이라는 것이다. 각종 매체는 이에 대해 여러 가지 형태로 분석했다. 몇 가지 이유를 보자면, 동유럽이 민주화되고 보스니아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에 대한 애도곡처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 시기가 음악사적으로 미니멀리즘과 명상음악, 뉴에이지 음악이 유행하던 시기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음반을 발매한 ‘넌서치 뮤직’이 “슬픔을 치유하는 음악” “신비로운 힐링 사운드” 등으로 홍보한 덕도 보았다. 어쨌거나 구레츠키 교향곡 3번은 단순한 클래식 음악을 넘어, 시대와 감성을 반영하는 문화적 현상이 되었다.
원래 남서독방송교향악단이 아우슈비츠에서 학살당한 폴란드인들을 추모하기 위해서 구레츠키에게 의뢰한 곡이다. 구레츠키 역시 수용소에서 가족을 잃었기 때문이다. 1악장은 25분 정도 되는 거대한 악장이다. 나지막한 소리로 시작해 점점 비통한 분위기가 고조되며 소프라노 목소리가 가세하여 절정에 도달한다. 15세기 후반 폴란드의 성십자가 수도원에서 부른 ‘스타바트 마테르’의 한 부분이다. 십자가에 달린 아들을 향해 부르는 어머니의 노래가 가슴을 찌른다.
2악장 노래는 더욱 애절하다. 폴란드 작은 마을에 있는 독일군 지하 감옥에 적힌 소녀의 기도문에서 발췌한 것이다. “엄마, 울지 말아요. 천상의 정결한 분께서 우리를 언제나 지켜주실 거예요. 아베마리아.” 3악장은 폴란드 오폴레 지방의 민요를 사용했다. 전쟁터에서 죽은 아들을 그리는 어머니의 통곡을 담은 노래다. 그래서 이 곡의 부제가 ‘슬픔의 노래’다. 한마디로 울지 않을 도리가 없는 음악이다. 슬픔으로 슬픔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명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