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로 차 벽 넘고 등산로로 우회하며 충돌 없이 진입 [윤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 긴박했던 6시간
공조본 오전 4시 32분 관저 도착
철조망 제거하며 600여 명 진입
관저 내부서 2시간 협상 끝 체포
윤 지지자 연좌 농성 재빨리 해산
진입조·체포조·호송조로 분담
1차 실패 때와 달리 철저히 준비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이 43일 만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됐다. 15일 공수처와 경찰은 관저 도착 약 6시간 만에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와 체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은 헌정사상 최초다.
공수처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국방부 조사본부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이날 10시 33분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과 공수처 관계자들은 오전 4시 32분 대통령 관저 앞에 도착했다. 약 1시간의 진입 준비를 마친 경찰과 공수처 측은 오전 5시 26분부터 체포영장을 제시하며 본격적인 영장 집행을 시작했다.
오전 7시 31분 경찰은 경호처가 설치한 차 벽을 넘기 위해 사다리를 동원했고, 철조망을 제거하면서 진입했다. 약 20분 만에 2차 저지선에 도착해 차 벽을 우회해 진입했다. 이후 오전 8시 10분 3차 저지선인 관저 초소에 진입해 영장 집행을 협의했다. 이 과정에서 공수처 40여 명, 경찰 570여 명이 동원됐다. 지난 3일 1차 체포영장 시도 당시 공수처 30명, 경찰 120여 명 등 총 150여 명이 동원된 것보다 4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이 과정에서 경호처 직원으로 추정되는 일부 인력이 관저 입구에 집결하기도 했으나 충돌은 없었다. 3차 저지선까지 진입한 공수처는 윤 대통령 측 변호인들에게 체포영장 집행에 따른 체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관저 내부에 들어간 공수처는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함께 영장 집행에 관한 협상을 벌였다.
협상은 2시간여 이어졌지만 공수처와 경찰은 결국 윤 대통령을 체포했고, 윤 대통령은 경호처 차량에 탑승해 오전 10시 53분 경기도 과천시 공수처 조사실로 이송됐다. 이날 공수처와 경찰은 약 6시간 만에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는데, 이는 지난 3일 1차 영장 집행 당시 공수처와 경찰이 경호처와 대치하다 약 5시간 30분 만에 철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수사 당국은 이날 체포를 위해 현장 경험이 풍부한 서울·수도권 광역수사단 소속 형사를 투입하고 진입조와 체포조·호송조 등 역할을 미리 분담했다. 차 벽과 철조망 등으로 둘러싸인 관저에 진입하기 위해 사다리와 절단기 등도 준비했다. 모두가 예상한 관저 정문 외에, 관저 뒤 매봉산 등산로를 통한 침투 계획을 세워 경호처의 시선을 분산시키기도 했다.
이날 새벽부터 관저 앞 윤 대통령의 지지자 50여 명이 연좌 농성에 나서자, 기동대를 투입해 빠르게 이들을 해산시키기도 했다. 이날 관저 주변에는 기동대 인력이 지난 3일 45개 부대, 2700여 명보다 많은 54개 부대 3200여 명이 배치됐다. 이로 인해 현직 대통령 체포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별다른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는 지난달 31일 법원이 체포영장을 처음 발부한 지 15일 만에 이뤄졌다. 비상계엄 사태 발발 이후 윤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소환 조사 일정을 통보한 건 검찰이었다. 지난달 15일과 21일 총 두 차례 소환을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 측은 변호사 선임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뒤이어 공수처가 지난달 18일을 시작으로 총 3차례에 걸쳐 출석요구서를 보냈지만 윤 대통령 측이 이에 불응하자, 지난달 30일 윤 대통령에 대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수색 영장을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했다. 공수처는 지난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지만 실패했고, 집행 전략과 인력 지원 등을 경찰과 협의해 전력을 가다듬은 뒤 영장 재발부 8일 만인 이날 2차 집행을 통해 윤 대통령을 체포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