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창의 클래식 내비게이터] 크라이슬러의 아름다운 거짓말
음악평론가
“크라이슬러의 음악에는 빈의 낭만적 기운과 인간적인 매력이 함께 담겨 있다. 그의 연주는 항상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말을 거는 듯하다.” 독설가로 유명한 작가 버나드 쇼마저도 이렇듯 찬사를 보내게 만든 연주자가 있었다. 프리츠 크라이슬러(1875~1962)는 동시대 음악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였다. 1923년 한국을 방문해 연주회를 가졌을 정도였다.
1875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으니, 올해는 크라이슬러 탄생 150주년이 된다. 빈 음악원을 거쳐 13세에 파리 음악원을 졸업한 음악 천재였다. 역사상 최초로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녹음한 사람이었으며, 오늘날도 여전히 애용되는 베토벤과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의 카덴차를 쓰기도 했다. 사랑스럽고 재치 있는 바이올린 소품도 많이 남겼는데, 그중에는 본인이 작곡해 놓고서 시침 뚝 떼고 과거 거장의 곡을 발굴한 것처럼 소개한 게 꽤 있다. ‘쿠프랭의 프로방스풍 오바드’ ‘포르포라의 미뉴엣’ ‘타르니니의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 그리고 오늘 소개하는 ‘푸냐니 스타일의 프렐류드와 알레그로’ 같은 작품이 그렇다. 곡 제목에 나오는 가에타노 푸냐니(1731~1798)는 이탈리아의 작곡가이며 연주자다. 크라이슬러는 푸냐니의 미발표 바이올린 곡을 발굴해서 초연한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나중에야 웃으면서 본인이 작곡한 것이라 밝혔다. 워낙 인간적이고 유머러스한 연주자였기에 청중 역시 “그러면 그렇지” 하는 정도로 웃으며 손뼉을 쳤다고 한다. 크라이슬러의 레퍼토리를 ‘사랑의 슬픔’ ‘아름다운 로즈마린’ 정도로만 알고 있는 사람은 꼭 들어보기 바란다.
내친김에 올해 특별하게 주목해야 할 작곡가를 50년 단위로 살펴보자. 올해는 작곡가 피에르 불레즈, 미키스 테오도라키스, 루치아노 베리오가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크라이슬러와 함께 모리스 라벨이 탄생 150주년,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탄생 200주년이 된다. ‘폴리포니 음악의 구원자’라고 불린 조반니 다 팔레스트리나는 무려 탄생 500주년이 된다.
사망 시점으로 보자면 작곡가 에릭 사티의 사망 100주기가 되는 해다. 조르주 비제는 150주기, 안토니오 살리에리 200주기,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는 300주기가 된다. 또한 ‘4계’가 포함된 비발디 바이올린 협주곡 ‘화성과 창의의 시도’가 출판된 지 300년, 로시니의 오페라 ‘랭스 여행’과 베를리오즈 ‘장엄미사’가 초연된 지 200년을 맞는다. 비제 오페라 ‘카르멘’과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이 초연 150주년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들 레퍼토리가 풍성하게 무대를 장식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