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없었던 것처럼… 국방장관 교체로 끝?
담화설 나돌던 윤 대통령 ‘침묵’
대통령실, 외신엔 “계엄 합법”
여론 지켜보며 담화 시기 조절
김용현 장관 사퇴 공백 막으려고
면직안 재가 뒤 바로 후임 지명
평소처럼 국정 운영하겠단 의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틀째 침묵을 지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오전 4시 27분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한다고 발표한 이후 5일 오후까지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계엄 사태와 관련한 공식 입장 역시 없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늘 대통령의 입장 발표는 없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해제 이후 알려진 윤 대통령의 행적은 전날 오후 대통령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당정 고위급 인사들을 만난 것이 유일하다.
이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배경과 정당성을 피력하고 국내외적 혼란상에 대해 사과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시기는 전날 오후 11시 담화설이 돌다가 이날 오전 담화설로 바뀌기도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까지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다. 야당이 7일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할 예정인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해명해야 함에도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여당인 국민의힘이 ‘탄핵 반대’ 당론을 정했기 때문에 실제 탄핵이 이뤄져 직무정지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계엄 선포가 합법적으로 이뤄졌으며 실제 국회 논의를 막을 의도도 없었던 만큼, 탄핵 심판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법리 싸움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입장을 밝힐 경우 이 같은 내용을 피력할 것으로 보이나, 여론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대국민 담화의 시기를 조절한다고도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또 계엄 선포와 해제가 헌법의 틀 안에서 이뤄져 위헌·위법한 부분이 전혀 없다는 점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국내 언론에 침묵하는 가운데 해외홍보비서관실은 전날 외신을 대상으로 “계엄 선포가 헌법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면서 “국가 안보를 훼손한 세력에 대한 불가피한 대처이자 국정 정상화와 회복을 위한 조치였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여권의 일부 인사들은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들을 불안하게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이 하루 빨리 사과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대통령실 인사들을 상대로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했다가 전날 사의를 표명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면직안을 재가하고 최병혁 주사우디 대사를 후임 국방부 장관 후보로 지명하기도 했다. 이는 장관 사퇴에 따른 국방 공백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야당이 발의한 김 전 장관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해임’도 ‘후임 임명’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법은 ‘소추 의결서가 송달됐을 때 소추된 사람의 권한 행사는 정지되며, 임명권자는 소추된 사람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소추된 사람을 해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관 탄핵안의 가결 요건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이어서 통과가 확실시됐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 면직안을 재가한 뒤 지체없이 후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을 지명한 것은 평상시처럼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도 풀이된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