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에 계엄이라니”… 분노와 우려에 거리로 다시 모이는 시민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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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부터 저녁마다 서면 거리 집회
60대, 윤 대통령 경찰에 고소
부산대 교수회 즉각 퇴진 성명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노조원들이 4일 부산 동구 범일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에서 ‘계엄 폭거 자행한 윤석열 대통령 퇴진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노조원들이 4일 부산 동구 범일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에서 ‘계엄 폭거 자행한 윤석열 대통령 퇴진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갑작스런 비상계엄 사태에 4일 국민들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어수선한 하루를 보냈다. 영화나 교과서에서 본 비상계엄이 실제 선포된 데 따른 두려움과 혼란을 겪었다. “국민을 상대로 한 쿠데타”라는 격앙된 반응도 많았다.

전국 국민의힘 당사에는 달걀 투척 소동이 벌어졌고 당사에 난입해 화분을 부수는 일도 벌어졌다. 전국 시민·노동단체는 4일 새벽부터 거리로 몰려가 규탄 목소리를 높이며 “탄핵”과 “대통령 하야”를 외쳤다.

느닷없는 계엄 사태에 잠을 설친 시민이 속출했다. 이인호(48·울산시) 씨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일이 맞나. 잠 한숨 못 잤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고 탄식했다. 박재상(36·경남 창원시) 씨는 “계엄령은 교과서에서만 보던 것이었는데 전쟁도 나지 않은 현실에서 계엄령을 경험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면서 “나라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상황을 파악하느라 인터넷과 SNS로 몰렸다. 주요 포털사이트와 SNS는 트래픽이 몰리며 장애도 빚어졌다.

전국 국민의힘 당사에서는 항의 사태나 소동이 빚어졌다. 4일 0시 20분께 울산시 남구 삼산동 국민의힘 울산시당에 울산시의원 A 씨가 침입했다. A 씨는 건물 내 벽보를 찢고 화분을 부수고 자리를 떠났다. A 씨는 “(국민의힘 울산시당) 근처에서 지인과 밥을 먹다 계엄 선포 뉴스를 보고 화가 났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도 20대 남성이 4일 0시 30분께 수영구 남천동 국민의힘 부산시당 1층 입구에 달걀 한 판을 던졌다.

부산의 한 시민은 윤 대통령을 상대로 고소장을 경찰에게 제출했다. 이상렬(61) 씨는 “경찰과 계엄군이 국회의사당 진입을 막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고 이유를 밝혔다.

시민·노동 단체는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거리로 몰려들었고, 대학가에서도 규탄 목소리가 높다. 민주노총 부산지부를 비롯한 부산 시민·노동단체는 4일 오후 7시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주변에서 집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정지와 퇴진을 촉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을 비롯해 공무원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주요 시민단체와 노조단체가 참석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윤석열은 대통령이 아니다. 내란 범죄자는 즉각 퇴진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들은 월~금요일 오후 7시, 토요일 오후 5시에 서면에서 ‘군사반란 계엄 폭거 내란 범죄자 윤석열 즉각 퇴진 부산시민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는 ‘대통령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는 비상계엄을 지지하는 글을 SNS에 게시한 부산시의회 박종철 의원(기장군1·국민의힘) 징계를 국민의힘 부산시당과 부산시의회에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계엄 선포로 국민과 시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국회와 지방의회 활동이 정지되는 엄중한 상황을 지지하고 경의를 표하는 자가 어떻게 부산 시민을 대표할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대학가에서도 정권 규탄 목소리가 뜨겁다. 부산대학교 교수회는 이날 오후 3시 부산대 교수회관에서 윤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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