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선포와 해제 미스터리…법적 절차·후폭풍 몰랐나? 모른 척 했나?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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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 국무회의 절차 거쳤는지 의문
다수 국무위원 반대에도 계엄 강행
국회 즉각적 해제 요구에 허술한 대비
지지 위한 동맹국 사전 통보도 간과
극소수 참모만 계획 공유해 허점 노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과정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상황이 벌어졌다.


비상계엄이라는 중대한 통치 수단을 사용하면서 법적 절차가 미비했다는 점, 국회의 즉각적인 해제 요구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 등이다. 심지어 자신이 임명한 국무위원들도 상당수가 비상계엄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비상계엄은 윤 대통령이 3일 밤 10시 23분께 돌발 발표하면서 시작됐고, 이튿날 새벽 4시 27분 해제를 선언하며 막을 내렸다.

먼저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법적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야당은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통해 “비상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채 발령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헌법에 따라 계엄을 선포하면 이를 곧바로 국회에 통고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를 전혀 지키지 않았다. 탄핵안 심의를 위해 정상적으로 국무회의를 열었다면 이런 절차가 누락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정치권 인사들의 설명이다.

국회의 즉각적인 해제 요구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한 것도 이번 비상계엄의 허술함을 보여준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비상계엄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국회 과반 의결이면 바로 해제된다”며 야당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대응 논리를 내세웠다.

실제로 국회는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본회의를 열어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곧바로 계엄 무효를 선언했다. 이와 관련, 비상계엄 선포와 거의 동시에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해 본회의 개의를 저지하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계엄군이 국회의원과 보좌진·사무처 직원들의 저항을 제대로 뚫지 못했다는 점에서 세밀한 준비가 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군사 전문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계엄군이 국회 전체를 통제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는 않았던 것 같고,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를 체포해 국회를 손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오판했다”며 ‘즉흥적이고 허술한’ 계엄이라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극소수의 참모들과만 계획을 공유하면서 계엄 사태가 가져올 거센 후폭풍을 고려하지 못한 채 허점을 노출했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고위급 참모는 물론 국무위원들조차도 계엄 선포 직전까지 이를 몰랐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정진석 비서실장을 비롯해 대다수 수석비서관들이 비상계엄 구상에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은 이번 사태로 국가적 혼란이 벌어졌음에도 아무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계엄 선포를 위한 형식적 절차인 국무회의에도 의결 정족수만 넘길 정도의 소수만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국무회의에 들어왔던 한덕수 총리를 포함한 다수의 국무위원은 계엄에 반대했다고 한다. 다만 계엄 선포안은 국무회의에서 ‘심의’해야 하는 안건이지만 ‘의결’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 국무위원들의 반대가 변수가 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지지를 받아야 할 동맹국에 사전 통보하지 않은 점도 의문이다. 미국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지 않고는 비상계엄의 유지가 힘들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계엄 선포와 관련한 질의에 “미국은 비상계엄 선포를 사전에 통지 받지 못했다”면서 “한국에서 목격하고 있는 상황 전개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답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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