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안정' 의사 소득 배 늘 때 소아과는 되레 줄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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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2022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결과
피부과·안과·정형외과 등 비급여 진료 증가

2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려진이 응급의료센터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려진이 응급의료센터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피부과·안과·정형외과 등 일부 진료과를 중심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비급여 진료가 늘면서 진료과목별 임금 격차를 키우고 필수의료 인력을 개원가로 유출해 필수의료 위기를 증폭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비급여 진료 제한, 개원총량제 등 제도적 보완이 동반돼야 의대 증원 정책으로 배출된 의사들이 필수의료로 유입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21일 보건복지부의 ‘2022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안과 전문의 연봉은 2010년 2억 4000만 원에서 2020년 4억 6000만 원으로 배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정형외과 전문의 보수도 2억 1000만 원에서 4억 원으로 배로 증가했고, 피부과는 1억 800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1.6배 늘었다.

진료과목 특성상 비급여 항목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해당 과목 전문의들의 실제 수입은 더 높을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소아과 전문의 연봉은 같은 기간 1억 3000만 원에서 1억 1000만 원으로 오히려 15%나 감소했다. 산부인과 전문의 연봉의 경우 1억 4000만 원에서 2억 6000만 원으로 1.8배로 증가했지만 연봉 상한선은 3억 원을 밑돌았다.

피부과·안과·정형외과는 비급여 진료가 많은 대표 과들로 분류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비급여 진료 비율이 높은 질병 순위는 백내장 등 눈 질환(82.3%), 도수치료 등 근골격계 질환(79.6%) 등이다. 백내장 수술용 다초점렌즈 가격 차는 30만 원부터 900만 원까지 30배가량 난다. 도수치료비도 0원에서 60만 원까지 병원별 가격 차가 크다. 이에 반해 소아과는 검사나 수술이 없어 진료비에만 의존하는 구조다. 또 소아 환자 진료 시 보조 인력이 성인보다 많이 필요하지만 수가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비급여 진료는 개원가와 2·3차 의료기관 간 임금 격차도 불러왔다. 개원의 연봉은 같은 기간 1억 600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약 1.9배로 늘었지만, 대학병원 등에서 일하는 봉직의 연봉은 1억 2000만 원에서 1억 9000만 원으로 1.5배 증가에 그쳤다. 증가 폭도 둔화했고, 봉직의 연봉 상한선도 개원의에 견줘 1억 원가량 낮았다.

비급여 진료가 과잉진료와 의료비 증가 등 의료 상업화에 일조한 데 이어 필수의료 인력을 개원가로 유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사들을 특정 진료과에 편중시켜 필수의료 인력 부족 현상을 심화시켰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3년간(2020~2022년) 진료과목별 전공의 충원율을 살펴보면 소아과와 산부인과는 각각 45.1%, 73.6%에 그치지만 피부과와 안과는 각각 100%, 99.7%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개인병원 수를 진료과목별로 제한해 무분별한 개원 탓에 수술인력 등 필수의료 의사가 부족해지는 부작용을 막는 개원총량제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개원총량제를 실시하고 있는 독일은 인구 1000명당 수술 전문의가 1.47명으로 한국(0.71명)의 배 이상이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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