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4] ‘고독한 미식가’ 마츠시게 “당당히 혼밥 하라”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간담회
봉 감독에 연출 ‘러브콜’ 밝혀
‘혼밥 부정적’ 한국 편견에 놀라
인기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에서 환상적인 먹방을 선보이며 팬들의 사랑을 받은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가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았다.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에서 메가폰을 잡은 그는 봉준호 감독에게 연출을 제안했다고 밝히며 봉 감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3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를 연출한 마츠시게 유타카 감독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는 다니구치 지로 작가의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인기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극장판이다. ‘고독한 미식가’ 시리즈는 일본과 한국, 대만 등에서 인기를 끌며 2022년 10번째 시즌까지 방영됐다. 극장판은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 역을 맡아온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가 직접 메가폰을 잡아 BIFF 관객과 만난다.
‘먹방’으로 잘 알려진 마츠시게 감독의 기자간담회답게 이날 행사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로 포문을 열었다. 어젯밤 어떤 음식을 먹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해운대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식당을 찾아 곱창을 구워 먹었다”며 “오늘 점심은 영화의전당 인근에서 삼겹살이나, 삼계탕, 부추전 중에서 하나를 먹으려고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마츠시게 감독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줬다. 그는 “어릴 때부터 한국 라디오방송을 들었고 가까운 외국이라고 생각했다”며 “어른이 된 후 실제로 부산에 와 봤더니 물고기를 식재료로 사용한다는 점이 일본과 같았지만 맛을 내는 방법이 달랐다. 바다를 건너면 음식이 이렇게 다르구나 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일본과 한국 음식을 모두 다루고 싶어 시나리오 작성 때부터 푸드코디네이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함께 바닷 마을을 여러 곳을 돌아보고 식당과 메뉴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는 기존 드라마 시리즈에 극적인 요소를 추가하고 코미디를 강화한 작품이다. 주인공 고로 상은 프랑스 파리에서 한 노인의 부탁을 받는다. 노인은 고로 상에게 “어린 시절 먹었던 어떤 국물 음식을 꼭 다시 맛보고 싶다”고 부탁하고, 고로 상은 국물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닌다. 영화는 경남 거제도와 남풍도 등을 배경으로 닭보쌈·황태해장국·고등어구이 등의 한국 음식이 등장한다.
마츠시게 감독은 “드라마에서는 ‘그냥 아저씨가 밥 먹는 얘기’에 집중해 다큐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췄지만, 영화에서는 국물의 정체를 찾아 떠나는 서사와 코미디 요소를 강화해 공감과 웃음을 자아내고자 했다”고 연출 취지를 밝혔다.
마츠시게 감독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인 봉준호 감독과의 인연을 깜짝 소개했다. 봉 감독의 열렬한 팬이었던 마츠시게 감독은 이 영화를 봉 감독과 함께 만들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최근 일본 TV 업계가 별로 좋은 환경이 아니다. 인재가 다른 업계로 유출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자극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영화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며 “한국에서도 ‘고독한 미식가’를 알아주는 분이 많으니 봉준호 감독에게 같이 작품을 만들면 좋겠다고 무모한 편지를 보냈다. 봉 감독이 일정 문제로 작품에 참여하기는 어렵다는 답장과 함께 완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혼밥’에 대한 자신의 소신도 밝혔다. 드라마 초기, 한국에서는 혼밥이 부끄럽거나 금기시되는 문화라는 말을 듣고 놀랐다는 그는 “고로 상은 혼자 먹긴 하지만 옆 사람들이 뭘 먹나 궁금해하고 요리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보며 설레는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외롭고 쓸쓸한 느낌은 아니다”며 “혼밥은 먹는 것에 자유를 더 많이 준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로 인해 한국에서도 혼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사라졌다는 게 반갑다”고 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