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전기차 화재에 부산 공공기관 ‘끙끙’
부산시·기초지자체·산하기관
관용 전기차만 356대 운행 중
친환경차 의무 구매제로 증가
인천 화재 이후 직원들 불안감
주차장 지상 이전 등 대책 분주
부산 각 행정기관에 전기차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이후 생긴 현상이다. 관용차를 전기차로 구입해야 한다는 규정 탓에 공공기관마다 전기차가 늘고 있지만 직원들은 전기차 이용을 꺼리고 있다. 각 기관은 전기차 주차구역을 지상으로 옮기는 등 화재 예방 대책으로 분주한 상황이다.
8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부산시를 비롯한 16개 구·군과 산하기관에는 관용 전기차 356대가 운행 중이다. 부산 공공기관은 201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관용 전기차를 도입했다. 특히 2016년 도입된 ‘공공기관 친환경차 의무 구매 제도’로 관용 전기차 수가 본격적으로 늘었다. 이 제도는 공공기관이 신차 구매 시 일정 비율 이상을 친환경차로 구매하도록 하는 제도다. 특히 공공기관장의 전용 차량은 전기차로 우선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공공기관 직원들은 전기차 화재 사건 이후로 불안감을 호소한다. 기관마다 의무적으로 보유한 전기차를 이용해 공무를 봐야하는 상황이 잦기 때문이다. 부산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전기차를 타야 하는 직원들이 불나면 어쩌냐는 이야기를 자주 하며 불안해한다”며 “청사 자체도 오래되다 보니 스프링클러가 잘 갖춰지지 않아 실제 화재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해당 지자체엔 전기차 주차장이 지하에 조성돼 있다.
새로 전기차를 구매한 지자체도 우려가 크다. 기장군은 올해 초 군수 관용차를 전기차로 바꾸었다. 기장군 박삼용 수행비서는 “(군수가)아무래도 직접 전기차를 타고 업무를 보러 다니다 보니 군 차원에서 전기차 화재에 관심이 많다”며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 관리 유의와 화재 진압에 필요한 질식 소화포 구비를 군수 직접 지시 사항으로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를 더 소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분위기도 있다. 동래구는 지난해 5월부터 관용 트럭 1대를 전기 트럭으로 교체했는데, 현재 전기 트럭은 종량제 봉투 배부에만 사용되고 있다. 동래구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위험한 현장에 가야 하는 경우엔 전기 트럭을 이용하지 않는다”며 “전기차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고, 충전할 곳을 찾기 어려워 다방면에 사용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전기차 대신 일반 차량을 관용차로 사용하고 싶다는 요구가 최근 더욱 빗발치고 있지만, 실제 승인이 이뤄지긴 어렵다. 일반 차량을 관용차로 구입하려면 한국환경공단에 전기차 의무 구매 제외 대상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 기준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연제구 재무과 관계자는 “제외 신청 조건이 빡빡해 사실상 일반 차량은 모두 예외 없이 전기차로 구매해야 한다”며 “산골이나 오지를 다니는 경우에만 사륜구동 화물차로 관용차 구입이 가능한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금정구에서는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사건 이후 관용 전기차를 타고 산을 다녀야 하는 부서에서 산불이 우려된다며 의무 구매 제외 대상 신청을 했지만 결국 반려됐다.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과 화재 우려 목소리가 이어지자 공공기관은 화재에 대비해 청사 지하에 마련된 전기차 주차구역을 지상으로 옮기는 등 대책 마련으로 분주하다. 부산시 총무과 관계자는 “현재 지하 2~3층에 퍼져 있는 전기차 주차장과 충전시설을 지하 1층으로 옮길 예정”이라며 “장기적으론 지상에 전기차 주차장을 만들고 지하엔 전기차 주차를 금지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