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추석 쇠기 겁나는 불안한 물가, 정부 꼼꼼히 대응해야
성수품 가격 오름세 시장 보기 부담
가계 구매력 하락, 경제 위축 막아야
8월 물가상승률이 2.0%를 기록하면서 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추석 대목을 앞둔 서민들의 장바구니에서는 불안감이 가셔지지 않고 있다. 명절을 앞두고 성수품 가격이 들썩이고 있어서다. 특히 신선 채소나 제수용 수산물 값은 공급 감소와 명절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국제 유가의 변동성과 미국 경기 침체에 따른 충격파 등 해외 요인이 잠복해 있어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처지다. 경기 불황과 고금리 탓에 가계가 빠듯해진 서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추석 명절을 준비하고 있다. 서민 가계에 주름살이 늘지 않게끔 물가를 꼼꼼히 관리하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통계청 조사 결과 물가 상승세가 둔화된 건 다행스럽다. 8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14.54(2020년 지수 100)로 1년 전보다 2.0% 올랐다. 이는 2021년 3월 1.9%를 기록한 뒤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전반적인 안정세에도 불구하고 한가위 차례상 물가는 불안한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제수용 수산물인 굴비는 37%, 참조기는 30% 올랐고, 선물용으로 인기인 김은 30% 상승했다. 어획량이 감소한 탓이다. 배 120.3%, 사과 17.0% 등 신선 과일 가격도 꿈틀댄다. 채소류도 폭염 여파로 수확량이 줄어 몸값이 올랐다. 차례상 준비하러 시장 가서 과일 하나 선뜻 집어 들기 쉽지 않다는 게 시민들의 하소연이다.
성수품 가격만 뛰는 게 아니다. 5월 기준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1년 전보다 2.7% 올랐다.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 제한에 따라 낮은 인상률을 유지했지만 나머지 시장 가격은 너도나도 줄인상되고 있어 서민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국내 식음료 및 외식업체들은 추석 전 소비자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인상 품목에는 카레, 케첩, 김치, 버거, 도넛, 커피, 콜라 등이 대거 포함돼 ‘먹고사는’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됐다. 인상 행렬은 다른 품목으로 도미노처럼 번질 공산이 크다. 가계의 구매력이 떨어져 씀씀이가 줄고, 전통시장과 마트, 중소상공인의 매출 감소로 이어져 지역 경제의 위축까지 초래하는 것은 막아야 된다.
서민들은 시장에서 장을 보면서 예상보다 비싸진 제수용품을 집어 들었다가 내려놓고는 한숨을 쉬기 일쑤다. 정부와 부산시가 통계 수치상 ‘안정적 흐름’에 의존해 팔짱만 끼고 있어서는 안되는 이유다. 당국은 비축 농수산물을 방출해서 성수품 가격 안정화에 나서고, 성수품을 중심으로 35개 품목의 동향을 매일 조사하기로 했다. 촘촘한 점검과 세밀한 관리가 필요한 대목이다. 여기에 국제 유가 등 외부 요인을 주시하면서 필요하면 과감한 선제적 조치도 필요하다. 고금리와 불황의 긴 터널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서민들이 느끼는 추석 장바구니 물가 불안이 심각하다. 빈틈없는 물가 대책과 실행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