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소영의 법의 창] 초연결사회에 필요한 디지털 쉼표 법제화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개인정보 보호·업무 시간 외 휴식 보장
세계 각국 ‘연결을 끊을 권리’ 법 시행
연결과 비연결의 가치 아우르는 지혜를

아침에 눈뜨면서 카톡을 확인하고, 관심 있는 동영상을 보며 출근 준비를 한다. 출근길에는 인스타그램에서 지인들의 스토리와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른다. 근무 중 인터넷 검색을 하고, 점심 식사는 블로그 추천 맛집에 간다. 텔레그램으로 전달된 업무 지시도 이행하고, 귀갓길에는 좋아하는 유튜버 방송을 청취한다. 앱으로 주문한 저녁 식사 후엔 게임하고,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하다가 잠이 든다. 우리의 흔한 하루 모습이다.

우리는 지금, 초연결사회에 살고 있다. 초연결사회란 사람, 사물, 공간 등 모든 것들(Things)이 인터넷(Internet)으로 서로 연결되어, 모든 것에 대한 정보가 생성·수집되고 공유·활용되는 사회를 말한다. 초연결사회는 우리의 생활 전반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고, 이 변화는 긍정적이기도 부정적이기도 하다.

게다가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디지털이 사람을 돕고 보완하는 것을 넘어, 사람과 함께 공존하는 디지털 심화 시대가 시작되었다. 이러한 디지털 세계의 확장은 초연결사회를 더욱 강화한다. 디지털 중독을 고민하게 된 우리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디지털 쉼표를 찾고 만들어가야 하는 현실적 이유다.

디지털 쉼표 제도 중 대표적인 것이 소위 ‘연결을 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의 법제화다. 기기의 전원을 끄지 못하는 현대 직장인들에게, 더 나은 휴식을 취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퇴근 후 직장으로부터의 연락과 연결을 끊을 수 있는 법적 권리를 인정하는 내용이다. 물론 비상 상황이나 직책, 업종별 차이 등 예외는 인정된다.

‘연결을 끊을 권리’ 보장법은 프랑스, 독일 등 20여 개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고, 8월 26일부터 시행된 호주법이 가장 강력한 처벌 규정(최대 8460만 원 벌금 부과)을 두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근로자의 사생활 보장을 위해 지난 8년 동안 ‘퇴근 후 업무 카톡 금지’ 법안을 논의했지만, 아직 성사되지 못했다.

디지털 기기로 인한 수면장애, 몸을 움직이지 않는 생활 방식, 신체 활동 부족, 과체중과 비만, 시각에 미치는 직간접의 부정적 영향 등은 여러 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그래서 특히 미성년자의 휴대전화 사용 문제는 우리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논쟁 대상이 되어 왔다. 독일은 공립학교에서 교육 외 목적의 교실 내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며, 영국도 수업 시간 휴대전화 사용 금지 지침을 발표했다.

프랑스는 9월부터 중학교 대상의 ‘등교 후 스마트폰 금지’ 정책을 시범 도입했다. 이미 2018년 초·중학교 내 휴대전화 소지 허용 및 사용 금지법을 시행했지만 강제성이 없어서 잘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물리적으로 사용을 막기로 한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언론에 보도된 교실에서의 문제적 상황 때문이 아니라 디지털 쉼표 차원에서의 재고가 필요하다.

개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 온라인 활동 중 중요한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초연결사회에서 자신이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관련된 정보가 계속 노출되는 괴로움은 심각한 사생활 침해가 된다. 여기에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의 출발점이 있다.

잊힐 권리는 정보 주체가 온라인상 자신과 관련된 정보에 대한 삭제 및 확산 방지를 요구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이다.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행동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해 주자는 의미다. 물론 이 권리의 인정 여부나 범위에 대해서는 국가마다 입장이 다르다. 상대방의 알권리 보장이나 기술적 실효성 등 어려움이 병존해서다.

지난해부터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어릴 적 무심코 올린 개인정보가 포함된 온라인 게시물에 대해 삭제나 블라인드 처리 등을 도와주는, 이른바 ‘지우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19세 미만 아동·청소년 시기에 본인이 온라인에 글·사진·영상 등 개인정보를 포함한 게시물을 게시했지만, 지금은 삭제를 희망하는 경우 정부가 대신 접근 배제를 요청하는 디지털 잊힐 권리 서비스다. 2023년 4월 시작 후 올해 7월까지 신청된 2만 896건 중 총 2만 272건이 처리 완료되었고, 신청 건수가 더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는 선택했든 선택하지 않았든 일상에 아주 많은 것들과 ‘연결’된 사회에서 살고 있다. 거의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디지털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기술이 미래를 변화시키는 것에 저항하는 매우 특이한 공동체인 아미시(Amish)처럼 지낼 수는 없다.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법제 마련이나 개인적 노력도 필요하지만, 그 안에는 연결의 가치와 더불어 비연결의 가치도 함께 담아야만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