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파의 생각+] 지자체 유튜브와 벽화 마을
동아대 기초교양대학 교수·공모 칼럼니스트
충주시 유튜브 성공 사례 모방 급급
예전 벽화 마을 획일적 답습과 유사
무작정 따라 하기는 오히려 역효과
지역 특색의 콘텐츠부터 발굴해야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유튜브 활동에 열심이다. 전국의 도와 시군구 행정 단위별로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의 세금을 투입하여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 유튜브 열풍의 출발은 충북 충주시의 ‘충TV’라고 할 수 있다. 2019년 4월 문을 연 충TV는 충주시 홍보담당관실 김선태 주무관이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밈(meme, 인터넷이나 SNS 등에서 유행해 퍼져나가는 패러디물)’을 활용한 B급 감성 콘텐츠로 공공기관의 홍보물은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충TV의 인기가 어느 정도냐 하면 충주시 인구가 약 20만 명 정도인데 충TV 구독자는 약 76만 명으로 충주시 인구의 3배가 넘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정책홍보 혁신 사례로 충TV를 직접 언급하면서 전국의 거의 모든 지자체와 공공기관은 너나 할 것 없이 유튜브 홍보에 뛰어들었다.
유튜브를 활용한 지자체의 홍보 활동은 바람직한 시도라고 여겨진다. 지금까지의 정책홍보는 딱딱한 광고 포스터, 정형화된 스타일로 제작된 홍보 책자 등 정책 제공자 중심으로 이루어져 정책 수요자인 시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였다. 반면 유튜브를 활용한 홍보는 쉽고 재미있게 내용을 전달해야 하므로 자연스레 정책 수요자인 시민의 관점에서 홍보가 이루어지게 된다. 즉 지자체의 유튜브 활용 홍보는 정책 제공자 중심에서 정책 수요자 중심으로 홍보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많은 지자체에서 충TV와 같은 성공 모델을 벤치마킹하면서 자체 차별성이 없는 따라 하기식 콘텐츠를 양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가령 충TV가 B급 감성 공무원이 직접 출연하여 각종 밈을 활용하는 콘텐츠로 성공하자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콘셉트로 비슷한 콘텐츠를 만들기에 바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콘셉트를 따라 하는 것에 급급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 것이냐는 부분이 부차적 과제로 떨어진다는 점이다.
실례로 경기 포천시의 사례를 살펴보자. 지난 6월 경기 포천시 행정사무감사에서 유튜브 홍보 영상의 질과 효과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포천시의회 손세화 의원은 시의 유튜브 홍보 영상을 검토한 뒤 시의 쇼츠가 메시지를 찾아볼 수 없는 공무원들의 신변잡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메시지도 없고 의미도 없는 영상을 올리는 것은 홍보가 아니라 오히려 시의 명예 실추로 이어진다고 비판하였다. 이러한 비판은 비단 포천시 유튜브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다수 지자체의 따라 하기식 유튜브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콘텐츠 내용 따라 하기 못지않게 콘텐츠 제작 방법을 따라 하는 것도 문제다.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충TV는 충주맨 김선태 주무관이 연간 60만 원의 예산으로 결재 과정을 배제하고 혼자서 기획, 연출, 출연, 촬영, 편집까지 모든 작업을 도맡아 했다. 이를 본받아 최근 부산시도 유튜브 크리에이터 채용 공고를 냈는데, 이 크리에이터가 향후 콘텐츠 기획, 구성, 출연, 연출, 제작의 전 과정을 담당한다고 밝혔다.
지속적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각 분야의 전문가를 채용하여 팀과 시스템을 만들고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열악한 상황에서 일궈낸 하나의 이례적 성공 사례를 모두가 따라야 할 성공 모델이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획일적으로 양산되는 지자체 유튜브 활동 현황을 보고 있으면 2000년대 초반 전국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진행한 벽화 마을 조성 사업이 떠오른다. 한때 낙후된 구도심의 마을 담벼락에 벽화를 그려 넣자 범죄가 예방되고 관광객들도 찾아와 지역 상권이 활성화되었다는 등 성공 사례가 언론 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이에 전국 지자체에서는 이를 벤치마킹해 곳곳에 벽화 마을을 조성하였는데 그 수가 무려 200곳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과정에서 꽃과 천사 날개 등 판에 박힌 듯한 똑같은 그림들이 전국 벽화 마을에 그려지자 획일적 벽화 마을에 식상한 사람들은 발길을 끊고 말았다. 그 결과 벽화의 그림은 색이 바래지고 곰팡이가 슬면서 흉물이 되었다. 작금의 지자체 유튜브도 천편일률적인 콘텐츠를 찍어낸다면 버려진 벽화 마을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벽화 마을의 실패 원인이 지역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주민 참여를 끌어내지 못한 데 있다고 진단한다. 지자체 유튜브 역시 마찬가지다. 지역의 특색 있는 콘텐츠를 발굴하고 홍보하며, 나아가 지역 주민이 함께 참여하고 주민과 소통하는 장으로 활용될 때 본연의 기능을 다하고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