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균 칼럼] 부산항만공사·한국해양진흥공사 차기 사장
논설실장
BPA·해진공 후임 수장 공모 진행 중
특정인 내정설·낙하산 논란에 ‘시끌’
‘해피아’·정치인 위한 자리 되면 곤란
전문성과 자질 갖춘 출중한 인물 절실
모든 사장 지원자에 동일 잣대 필요
한국 양궁 철저한 공정 경쟁 배워야
요즘 부산 지역사회와 해양 산업계의 눈길이 해양수산부 산하 부산항만공사(BPA)와 한국해양진흥공사(KOBC·해진공)에 집중돼 있다. BPA와 해진공이 비슷한 시기에 차기 사장 선임을 위한 공모 절차를 밟고 있어서다. 해양도시 부산에 자리 잡은 두 공기업의 수장 자리인 만큼 큰 관심이 쏠리는 게 당연할 테다. 해수부 차관 출신 강준석 BPA 사장은 다음 달 말로 3년간 임기가 끝난다. 역시 해수부 차관을 지내고 3년 전 취임한 김양수 해진공 사장은 이달 말 임기 만료를 앞뒀다.
이에 따라 지난달 15일 구성된 BPA 임원추천위원회가 받고 있는 차기 사장 후보 지원이 2일 마감된다. BPA 임추위는 곧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복수의 사장 후보자를 해수부에 추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사장 공모에 들어간 해진공은 지난달 4일 지원서 접수를 끝내고 임추위 심사 절차를 진행 중이다. 두 공공기관이 잇따라 차기 사장 후보들을 추천하면 임명권자인 해수부 장관이 최종 임명하게 된다.
현재 여당을 포함한 정치권과 해수부 고위 관료 출신, 해양업계를 포함한 경제계와 학계 인사 등 다양한 인물이 지원한 상태다. 이들 중 일부는 임추위 심사와 별개로 요로를 통해 자신이 적임자임을 호소하며 물밑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두 기관별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사장 후보군 윤곽이 드러나면서 특정인 내정설이 나돈다는 점이다. 차기 사장 후보 추천이 이뤄지기도 전에 벌써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이 거세다. 심지어 “낙하산 사장이 올 바에야 차라리 정치권보다 바닷물을 먹은 해수부 출신이 낫다”는 비아냥까지 쏟아지는 실정이다.
내정설이나 낙하산 논란은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BPA의 사장과 본부장 등 임원 공모가 있을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실제로 그간 부산 시민과 시민단체의 우려 목소리와 함께 거명된 낙하산 예상 인사가 임원으로 취임한 사례들이 있다. 올 6월 18일 부산항발전협의회를 비롯한 해양 시민단체들이 BPA와 해진공의 낙하산 사장 임명에 반대하는 성명을 낸 이유다. 이들 단체는 전문성과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 맡아야 할 두 공기업 차기 사장의 선임 과정을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진행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해수부와 임추위가 명심할 일이다.
BPA·해진공 사장이 속칭 ‘해피아’(해수부 고위 퇴직자+마피아)가 거쳐가는 자리와 총선에서 떨어진 정치인의 밥줄 노릇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역할로 전락한다면 조직 발전에도, 해양산업 성장에도 도움이 안 될 것이 분명하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추진력이 요구되는 두 기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며 부산과 해양업계 의견을 반영하기보다는 해수부 의사에 흔들리거나 해수부를 대변하는 데 치중할 가능성이 있는 까닭이다.
BPA와 해진공에 주어진 임무는 정말 막중하다. BPA의 숙원은 정부로부터의 독립과 자율권 확보다. 게다가 성공적 북항 재개발, 대규모 진해신항 개발, 이합집산하는 세계 해운동맹 체제에 긴밀한 대응, 부산신항과 2029년 말 개항할 가덕신공항 간 복합물류 체계 구축, 싱가포르를 능가하려는 부산의 글로벌 허브도시 전략과 연계한 부산항의 글로벌 메가 허브항 경쟁력 제고 등 대형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2017년 한진해운 퇴출에 따른 대응책으로 2018년 출범한 해진공은 쇠락한 한국 해운력을 해양강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해운업과 항로는 국가 경제를 뒷받침하는 기간산업이자 무형의 해양영토여서다. 이런 연유로 막대한 혈세를 들여 살려낸 HMM(옛 현대상선)을 민영화하는 매각도 현안이다.
이같이 산적한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진두지휘해야 할 자리에 전문성이 부족하고 임기만 채우다 떠날 인물을 앉히는 건 어불성설이다. BPA나 해진공 사정을 잘 알고 해양 전문성과 현장 경험이 풍부하다고 평가받는 몇몇 인사가 특정인의 사장 내정설과 낙하산 얘기를 듣고는 “들러리 서기 싫다”며 일찌감치 지원을 포기했단 말이 들려 안타깝다. 해수부가 내부 주축 세력 또는 정치권과 결탁해 어떤 후보를 미리 점찍어 놓고 요식적인 공모를 추진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그렇다고 해수부와 정치권 인사를 무조건 배척할 필요는 없다. 의외의 적임자나 실력을 갖춘 이가 있을 수 있다. 사장 후보 지원자 모두에 능력과 자질 본위로 공평하고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라는 말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이 각각 남녀 단체전 3연패와 10연패 금자탑을 쌓은 원동력은 메달 수상자와 고참, 신예를 똑같이 대하는 철두철미한 공정 경쟁이란 건 주지의 사실이다. 두 공기업 임추위의 냉철한 자세와 해수부 장관의 현명한 판단을 요한다. kbg@busan.com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