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 침체에 전쟁 직격탄, 지역 건설 현장 올스톱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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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 수급 불안에 가격 인상 공사 못 할 판
지역 경제 버팀목 붕괴 전 선제 대응해야

미국과 이란의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내 건설업계가 공사비 상승 등 위기 상황을 맞았다. 23일 부산의 한 재개발 현장 모습. 정종회 기자 jjh@ 미국과 이란의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내 건설업계가 공사비 상승 등 위기 상황을 맞았다. 23일 부산의 한 재개발 현장 모습. 정종회 기자 jjh@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가 상승과 원자잿값 폭등이 지역 건설업계를 고사 위기로 내몰고 있다. 이미 고금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미분양 누적으로 약해질 대로 약해진 체력에 외부 충격이 직격탄이 된 것이다. 국토부가 전국 274곳의 공사 현장을 점검한 결과, 전쟁으로 인한 자재 부족과 가격 급등 탓에 5월부터 공사가 중단되는 현장이 나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탄한 수주 실적과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과 달리 지역의 중견 건설사들은 벼랑 끝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부산처럼 건설업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지역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크다. 연쇄 도산과 금융권 부실로 확산하기 전 선제 대응이 절실하다.

‘건설 빙하기’의 심각성은 각종 통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올 1분기 전국 건설업 폐업 신고는 1088건으로 12년 만에 처음으로 1000건을 넘겼다. 부산에서도 종합 건설사 20곳, 전문 건설사 59곳이 문을 닫았다. 신고조차 못 한 채 사라지는 영세 업체도 적지 않다. 부산의 건설업 취업자 수는 2023년 16만 7000명에서 올해 10만 5000명으로 줄었다. 3년 새 6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증발한 것이다. 이처럼 침체한 건설 경기에 ‘오일 쇼크’가 엎친 데 덮친 격이 되고 있다. 나프타 등 원재료 수급 불안정의 여파가 수개월 지연을 거쳐 본격화한 것이다. 공급망과 현장 모두가 흔들리면서 공사 중단이 속출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레미콘 사례를 보면 현장의 고난을 알 수 있다. 공사장이 줄면서 수요가 감소하니 레미콘 출하량은 40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런데도 가격은 10~20%씩 올라 건설사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여기에 나프타가 원재료인 레미콘 혼화제도 30% 오르면서 추가 인상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또 단열재, 실란트, 창호 등 마감재도 30% 이상 올랐다. 도로포장의 핵심 원료인 아스콘도 생산은 70% 줄었는데 가격은 20∼30% 급등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 공사비가 40% 오른 탓에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흔들리면서 조합과 시공사 갈등, 협력업체 연쇄 도산으로 이어졌던 악몽이 재연될 수도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발 빠르게 수급 관리에 나서는 한편, 행정적 지원책을 제시해야 한다. 원자재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품귀 현상 탓에 시장 불안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 시급한 공사에 자재를 우선 납품하거나 급하지 않으면 발주 시기를 늦추는 수요 관리에 나서야 한다. 공사비 급등의 부담을 건설사에 전가하지 말고, 물가 변동 조정 체계를 현실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 또 PF 시장 안정과 중소 건설사 유동성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 지방의 건설업은 지역 경제의 뼈대이자 고용의 버팀목이다. 공사가 멈추면 지역 경제가 흔들린다. 현장이 중단되고 나면 백약이 무효다. 지역 경제의 붕괴를 막는다는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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