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상승에도 적자… 정유사 2분기 ‘실적 쇼크’ 우려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SK이노·에쓰오일 영업손실 2000억대
3000억~4000억 추정 나와 ‘어닝쇼크’
적자권 맴돌던 정제마진 반등에도 부진
국제유가·환율 하락 한계 극복 못한 탓
정제마진 강세·유가 안정 3분기 기대

SK이노베이션 울산 단지가 있는 석유화학공단 모습. 연합뉴스 SK이노베이션 울산 단지가 있는 석유화학공단 모습. 연합뉴스

국내 정유업계가 2분기 정제마진 상승에도 국제유가와 환율 하락을 극복하지 못하고 대규모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추정치)에 못 미치는 실적으로 줄줄이 어닝쇼크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17일 증권가에 따르면 업계 맏형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손실 컨센서스는 약 2450억 원으로 전년 동기(458억 원 적자) 대비 적자 폭이 약 2000억 원 가까이 확대됐다.

에쓰오일의 영업손실 컨센서스 역시 2310억 원으로 전년 동기(1606억 원 흑자)와 달리 적자로 전환했다.

더 큰 문제는 증권사들이 최근 잇따라 정유사의 영업손실 규모를 기존 추정보다 확대하고 있어 ‘어닝 쇼크’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하나증권과 신영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영업손실을 각각 4563억 원, 4206억 원으로 제시했다. 에쓰오일에 대해서도 미래에셋증권은 3859억 원의 손실을 점쳤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도 예외는 아니다. DB증권은 GS칼텍스의 2분기 영업손실이 2260억 원으로 전년 동기(2080억 원 흑자)에 비해 적자로 전환했다고 추정했다.

정유사들의 영업손실은 정제마진 상승 속에서 이뤄진 것이라 더 뼈 아프다. 국내 정유업계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은 1분기 평균 배럴당 3달러대에 그쳤지만 5~6월에는 6달러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의 손익분기점은 4.5달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제유가와 환율이 발목을 잡았다. 미국발 관세전쟁 여파로 4월 초 크게 떨어졌던 유가는 중동 전쟁이 종전 양산으로 흘러가면서 6월 들어 다시 급락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원유를 비쌀 때 사서 만든 제품을 싸게 팔 수밖에 없다 보니 ‘역래깅 효과’가 발생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재고 가격 하락으로 인한 재고평가손실도 겹쳤다.

환율도 정유업계에 타격을 입혔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1300원대로 떨어지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정유사들은 대규모 환 손실까지 떠안았다.

미래에셋증권은 에쓰오일의 재고 관련 손실을 2334억 원, 환율 하락 영향에 따른 손실을 2144억 원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국내 정유업계가 3분기부터 반등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봤다. 정제마진이 흑자권으로 유지되는 데다가 정유업계 성수기인 휴가철 드라이빙시즌이 다가오고 폭염에 따른 반사이익도 기대되기 때문이다.

신영증권 신홍주 연구원은 “하반기 유가의 하향 안정화와 정제마진의 추가 강세를 예상한다”며 “현재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이 타이트해 소폭의 수요 개선이 마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 강원일보
    • 경남신문
    • 경인일보
    • 광주일보
    • 대전일보
    • 매일신문
    • 전북일보
    • 제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