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겨 먹으려고요”… 삼락생태공원서 매미 유충 채집하는 외국인 ‘생태계 훼손 논란’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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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락생태공원에서 매미 수십 마리 채집
중국·동남아에선 식용으로 잡아 먹기도
전문가 “야생 곤충, 식용 권장하지 않아”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잡은 매미 유충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 독자 제공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잡은 매미 유충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 독자 제공

“오늘도 나왔네.”

지난 9일 오후 7시 30분께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본보 취재진과 이날 공원을 찾은 환경 단체원이 모자를 푹 눌러쓴 남성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남성은 인도 옆 풀숲과 나무를 유심히 들여다보며 손으로 무언가를 잡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왼쪽 손에는 매미 유충이 15마리가량 들어 있는 플라스틱병이 있었다.

취재진이 “매미 유충을 왜 잡느냐”고 묻자, 남성은 자신의 귀를 가리키며 한국말을 모른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몸짓과 짤막한 영어 단어가 오간 끝에 해당 남성은 자신을 중국인이라 소개하며 매미 유충을 먹기 위해 잡고 있다고 답했다.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 식용 목적으로 매미 유충을 대량으로 잡는 외국인들이 나타났다. 환경단체는 생태계 훼손이라 지적하는데, 관리 기관도 민원을 접수하고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이다.

15일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최근 삼락생태공원에서 매미 유충을 잡고 있다. 주로 오후 7시 이후에 5~6명이 공원에 나타나 잡은 매미 유충을 비닐봉지, 플라스틱 페트병에 담아간다. 한 명이 최소 수십 마리를 잡는다는 게 환경단체 측의 주장이다.

매미 유충은 움직임이 느린 데다 날개도 없어 별다른 어려움 없이 대량으로 잡을 수 있다. 이들은 땅속에 있던 매미 유충이 천적을 피하기 위해 저녁 시간대 나무를 오르는 것을 알고 해당 시간대 집중적으로 채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매미 유충을 잡는 목적은 식용이다.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매미 유충을 기름에 튀겨서 술안주로 먹는데, 그 재료를 삼락생태공원에서 구하는 셈이다.

환경단체는 이러한 채집 활동 자체가 생태계 훼손이라고 주장한다. 부산환경회의 유진철 공동대표는 “생태계 한 축을 담당하는 매미를 마음대로 잡는 건 문제”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전문가는 생태계 훼손이라 말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야생에 사는 곤충을 먹는 것은 위생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 김현우 박사는 “단순히 사람 몇 명이 곤충을 잡는다고 생태계 영향이 있다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깨끗한 사육 환경에서 자란 식용 곤충이 아닌 곤충을 먹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미 채집에 대한 민원을 접수한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 관계자는 “매미가 천연기념물이나 보호종이 아니라서 법적 문제는 없다”면서도 “다만 생태 환경이 자연적으로 관리돼야 하는 생태공원 조성·관리의 취지상 문제가 있다면 현수막을 걸어서 제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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