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대통령으로 부산 최다 득표… ‘마의 40%’ 벽 넘었다
21대 대선 부산 득표율 분석
부산 투표자 224만 5755명 중
89만 5213명 ‘이재명’ 선택
‘40.14%’ 최고 득표율 기록
강서구에선 ‘우세’ 이변 연출
북·사상·사하 ‘낙동강 벨트’에
기장·영도까지 격차 한 자릿수
“진보 후보 부산서 새 역사” 평가
부산 투표율, 전국 12위에 그쳐
실제 외연 확장 여부 지켜봐야
이재명 대통령이 부산에서 진보 정당 대선후보 ‘마의 벽’으로 꼽히는 40%대를 깼다. 부산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문재인 전 대통령의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특히 강서구에서는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은 이 대통령에 대한 비토 기류가 강한 지역으로 꼽혀왔으나 이를 극복하는 데 성공하면서 부산에서 대선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일보〉가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이 대통령은 부산 전체 유권자 286만 5552명 중 투표를 마친 224만 5755명 가운데 89만 5213명의 선택을 얻어 투표율 40.14%를 기록했다. 이는 2017년 문 전 대통령이 당선 당시 부산에서 얻은 87만 2127표를 넘어서는 수치이며 득표율 또한 38.71%보다 높은 수치다. 노무현 전 대통령 또한 16대 대선에서 29.85%를 얻는 데 그친 바 있으며 이 대통령이 처음 대권에 도전한 3년 전 선거에서는 38.15%를 득표한 바 있다.
김 후보의 경우 이 대통령에 비해 25만 1025표를 더 얻으며 114만 6238표, 득표율 51.39%로 집계됐다. 이처럼 김 후보가 부산에서 앞섰지만 이 대통령이 진보 대통령 가운데 역대 부산 최다 득표, 최고 득표율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사실상 이 대통령의 승리라는 게 지역 정치권 평가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가장 눈에 띄는 지역은 강서구다. 16개 구군 중 이 대통령이 강서구에서 승리를 거두는 이변을 만들어냈다. 강서구는 지난달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 기준 평균 연령이 40.8세로 부산에서 가장 젊은 도시다. 이 대통령은 여기서 4만 580표, 득표율 45.75%로 김 후보(4만 65표, 45.17%)를 각각 515명, 0.58%포인트(P) 앞섰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진보 정당에 유리하다는 정치권 통념이 확인된 것으로 풀이된다.
역대 선거마다 부산 내에서 진보 바람이 강하게 불어온 낙동강 벨트에서는 이번에도 이 대통령이 선전하며 또 한번 상대적으로 민주당에 유리한 밭이라는 게 확인됐다. 이 대통령은 사하구에서 41.73%(8만 2504표), 북구 41.44%(7만 7258표), 사상구 41.09%(5만 6307표)를 기록했다. 각각 50.40%(9만 9642표) , 50.19%(9만 3564표), 50.71%(6만 9496표)를 얻은 김 후보와 격차는 8.67%P(1만 7138표), 8.75%P(1만 6306표), 9.62%P(1만 3189표)로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또한 기장군과 영도구에서도 이 대통령은 선방에 성공했는데 각각 43.76%(4만 8742표), 42.88%(2만 9962표)를 얻어 김 후보와의 득표율 차를 4.27%P(4751표), 7.52%P(5255표)까지 좁혔다.
반면 전통적으로 보수 강세 지역에서는 여전히 김 후보에 비해 많게는 16%P 격차로 뒤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득표율 격차가 큰 곳은 중구로 이 대통령은 37.59%(9784표), 김 후보는 54.44%(1만 4167표)로 16.85%P (4383표)차를 보였다. 이어 △서구 16.47%P(1만 1696표) △금정구 16.34%P(2만 4267표) △수영구 16.14%P(1만 9111표) △동구 15.43%P(9131표) △해운대구 15.05%P(3만 8269표) 순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지역별 승패로만 따지면 문 전 대통령의 2017년 부산 성적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지만 19대 대선은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부산에서 적게는 15.43%, 많게는 18.17%까지 얻으며 보수 표심을 일부 흡수한 선거였다. 2018년 지방선거 이후로 보수 우위 지형으로 회귀한 부산의 정치 구도를 다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는 데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부산 민주당에서는 고무된 반응을 보인다. 지역 여권 관계자는 “부산이 고향이자 정치적 기반을 두고 있었던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도 부산에서 40% 지지율을 넘지 못했다”며 “그런데도 이 대통령이 이러한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부산도 이제는 달라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대선이 진영 양극화가 극에 달한 선거인 만큼 부산에서 실질적으로 양 후보가 외연 확장에 성공했는지는 알 수 없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부산의 최종 투표율 78.4%인데, 이는 전국 전국 투표율보다 1%P 낮으며 17개 시도 중 12위다. 같은 권역으로 묶이는 울산(80.1%), 경남(78.5%)과 비교해도 다소 낮은 수치다. 양극화된 정치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부산 유권자들, 그 가운데에서도 중도층들이 투표장에 가지 않았을 수 있다는 말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어찌됐든 역대 진보 대통령 가운데 부산에서 새 역사를 쓴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면서도 “다만 진보 지지층이 아닌 이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을 수 있는 만큼 선거 기간 내놓은 다양한 공약들을 앞으로 어떻게 실천해 나갈 것인지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타임 테이블을 마련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