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흔들리는 꽃들… 그 사이로 하늘이 스민다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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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창군 창포원 탐방

축구장 66개 크기 경남 1호 지방정원
습지 어우러진 수변생태 사계절 관람
창포 외 데이지 등 온갖 꽃 만발 장관
2.8km 맨발 걷기 코스 또 다른 재미
주민들 참여해 만든 꼬마정원 이색적
온실 형태 열대식물원 이국적 분위기

거창 창포원은 습지와 어우러진 수변생태공원으로 사계절 관람이 가능하다. 창포 습지에 왕성한 창포와 창포꽃이 늦은 봄의 정취를 한껏 뿜어내고 있다. 거창 창포원은 습지와 어우러진 수변생태공원으로 사계절 관람이 가능하다. 창포 습지에 왕성한 창포와 창포꽃이 늦은 봄의 정취를 한껏 뿜어내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 해인사 입승 스님과 거창 나들이를 한 적이 있다. 특별한 일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거창의 한 작은 토굴(암자)에서 수년간 수행했던 스님이 거창 나들이를 제안한 것이다. 스님을 모시고 거창으로 가면서 암자 이름을 물으니, 암자 대신 창포원으로 가자고 했다. “창포원? 정원 같은 곳 말씀이신가요?” 말로만 듣고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던 곳이었다. 스님의 토굴이 궁금했던 나로선 창포원행이 신나지 않았다. 하지만 스님과 함께 한 창포원 나들이는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찾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작약을 배경으로 추억을 담는 관람객들과 수변 덱, 다양한 열대식물을 볼 수 있는 열대식물원(왼쪽부터 시계 방향) 작약을 배경으로 추억을 담는 관람객들과 수변 덱, 다양한 열대식물을 볼 수 있는 열대식물원(왼쪽부터 시계 방향)

■꽃들의 향연, 활짝 핀 창포가 반기다

거창 창포원은 경남 제1호 지방정원이다. 공원 면적 42만 4823㎡로 축구장 66배 크기의 대규모 수변생태공원이다. 이곳은 합천댐을 조성하면서 생겨난 수몰지역을 생태적으로 복원해 탄생된 공간이다. 2017년 12월 준공 때까지 6년여 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국가 하천인 황강의 수변 경관을 위해 습지와 정원이 어우러지는 생태공원이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 이곳은 친환경 생태공원으로 사계절 관람이 가능한 새로운 명소가 됐고, 올해 2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주관하는 ‘제2기 로컬100(지역문화매력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1년 만에 찾은 창포원은 지난해와 또다른 느낌이다. 꽃들이 많아졌다. 창포원 광장에 들어서니 맨드라미가 한가득이다. 광장 한편에 ‘제7회 거창 아라미아 꽃축제’를 열고 있다. 축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아라미아 꽃축제는 거창 지역 화훼농가의 참여로 진행되는 축제다. 갖가지 꽃들 사이로 ‘한국 고유의 카네이션 육종의 중심지 거창’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지리산과 덕유산, 가야산의 중심에 있는 거창이 지구 온난화 피해를 적게 받아 이곳에서 생산되는 카네이션이 색상과 수명 면에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는 것. 현재 거창을 대표하는 꽃이 카네이션이란 사실이 새롭다.

창포원 정원에 들어서니 창포에 앞서 하얀 데이지가 반긴다. 순백한 데이지 앞에서 추억을 담는 사람들 너 나 할 것 없이 소년 소녀가 된다. 데이지를 뒤로 하니 이제는 작약 천지다. 끝없이 펼쳐진 검붉은 작약의 자태는 치명적이다. '창포는 어디있지?' 두리번거리니 노란색 창포가 수줍게 고개를 떨구고 있다. 그 옆엔 보라색의 꽃창포도 자신을 봐 달라며 얼굴을 붉힌다. 절정의 창포 속에 피어난 꽃들의 기세가 대단하다. 하얀색 천국에서 강렬한 붉은색. 이번엔 노란색과 보라색. 몇 걸음만 걸으면 딴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이다. 이게 창포원의 매력이다.

수변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를 걸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꽃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흔들린다. 마치 인생사 같다. 희노애락, 고진 풍파를 겪지만 사람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겨내며 살아간다. 부는 바람에 자신을 맡기는 꽃들에서 삶을 배운다.

꽃과 하늘이 겹친다. 걸음이 자연스레 느려진다. 수변을 따라 자연스레 이어지는 산책로가 아늑하다. 눈을 감고 손가락 사이로 지나는 바람을 느껴보고, 바람에 묻어오는 향기에 코를 실룩인다. 뒤에서 오는 자전거 소리에 눈을 떴다. 여기선 자전거 대여가 가능하다. 5~6인용도 있어 온가족이 이용할 수 있다. 손녀와 할머니까지 함께 탄 일가족 자전거가 사랑을 듬뿍 실은 채 지나간다. 정겹다.

가족과 함께 흙길을 걷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이곳에선 해마다 이맘때면 맨발걷기 행사를 한다. 지난 16일 이곳에서 군민과 관광객 400여 명이 참가한 걷기 행사가 있었다. 올해로 3년째다. 창포원 맨발걷기 코스는 황톳길과 흙길의 촉감을 체험할 수 있는 힐링 공간이다. 맨발걷기 코스가 약 2.8km나 된다.

얼마를 걸었을까. 잠시 쉴 겸 정자에 앉았다. 창포원 곳곳엔 관람객들이 쉴 수 있는 정자가 있다.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어 쉬기에 제격이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물소리, 바람소리, 벌레들의 소리까지 다양한 소리가 들린다. 염치 불구하고 팔배게를 하고 잠시 누웠더니 스르르 잠이 온다.

얼굴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잠을 깨운다. 꽃창포습지로 향하니 이번엔 장미 군락지다. 화려하고 왕성한 빨간 장미가 ‘꽃의 여왕’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장미 정원 가운데 마련된 휴식 공간에서 한 노부부가 서로에게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이 정겹다. ‘그대 꽃처럼 피어나라’는 정원 내 글귀가 장미 정원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미 정원을 뒤로 하고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황강전망정원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시기를 놓쳐 전망대 주변을 분홍 물결로 물들이는 분홍꽃잔디를 볼 수는 없었지만, 이곳에 서면 굽이쳐 흐르는 황강에서부터 창포원 전역을 볼 수 있다.

■관람에만 그치지 않는 주민 참여와 다양한 체험

창포원은 보기 좋은 정원에만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체험과 주민 참여가 가능하다. 꼬마정원이 대표적이다. 꼬마정원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자신만의 정원을 만들어 전시하는 곳으로 현재 총 14개 팀 68명이 주민들이 참여했다. 가로 세로 2m 규모의 정원을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 전시하는 것이다. 김용덕·정현옥 씨가 조성한 ‘외갓집 가는길’이 눈에 띄었다. 이 꼬마정원에는 장구채, 사계국화, 파라솔, 채송화, 풍년화 등 다양한 꽃들이 장식됐는데, 풀꽃 사이로 그리움이 흐르고, 걸음걸음마다 따듯한 마음이 번지는 길!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외갓집 가는길의 따뜻한 정서가 느껴졌다. 거창군이 오는 10월 2일부터 6일까지 2026 대한민국 거창 정원유치박람회를 이곳 창포원에서 개최한다고 하니 관심이 간다.

창포원에는 열대식물도 감상할 수 있다. 창포원 광장에 조성된 열대식물원 덕분이다. 이곳은 온실 형태로 돼 있어 추운 겨울도 관람(무료) 가능하다. 열대식물원으로 들어가면 키 큰 야자수가 반긴다. 영화 ‘아바타’에서나 나올 법한 독특한 잎모양의 열대 식물이 즐비하다. 열대식물의 상징인 선인장도 구경할 수 있다. 국내에서 쉽게 접하지 못한 다양한 식물들이 많아 인기다. 특히 실내 폭포는 열대 식물과 어우러져 마치 밀림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아열대식물원, 지중해원, 선인장원, 난초원, 유실수원, 온대식물원 등으로 구분돼 있어 체계적인 관람을 할 수 있다.

창포원 매표소 인근에 있는 치유센터도 추천한다. 이곳에서는 족욕과 차명상, 아로마테라피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많은 곳으로 데려다 준 발을 위해 족욕을 하려 했는데 예약이 차서 발 호강은 다음으로 미뤘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이곳에선 연꽃과 수련이 절정을 이룬다. 가을에는 국화가 창포원을 지배하고, 겨울엔 억새와 갈대 풍경의 습지가 관람객들을 반긴다. 사계절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반갑고, 감사하다.

글·사진=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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