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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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데이비드 팩먼 지음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데이비드 팩먼 지음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데이비드 팩먼 지음

명백한 팩트를 눈앞에 보여줘도 절대 생각을 바꾸지 않는 사람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우리는 흔히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목소리만 증폭되어 갇히는 에코 체임버(반향실) 현상을 말하지만, 상황은 그보다 훨씬 심각하다. 350만 시사 유튜버인 저자 데이비드 팩먼은 신간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에서 지금의 미디어 환경이 단순한 반향실을 넘어 정교하게 기획된 확증 편향 제조기인 ‘에코 머신’으로 진화했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미디어 알고리즘이 인간의 인지적 취약성을 어떻게 파고들어 거대한 ‘필터 버블’을 완성했는지 그 메커니즘을 낱낱이 해부한다. 기업형 미디어의 상업주의와 정당정치의 선동이 맞물리면서 공론장은 무너졌고, 시민들은 극단적인 진영논리와 정치 혐오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는다. 기후위기나 보건, 복지 같은 과학적·객관적 사실조차 합의 이전의 논쟁으로 되돌아가는 이유다.

주목할 점은 이 경고가 한국 사회의 현실과 소름 돋도록 닮아있다는 팩트다. 옮긴이의 말처럼, 가짜뉴스가 별도의 배타적 세계관을 구축하면서 이제는 기초적인 소통조차 불가능한 사회가 됐다.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명확하다. 무비판적인 정보 수용을 막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키우고,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는 ‘지적 겸손함’을 배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알고리즘이 주는 달콤한 정보에만 안주하는 삶은 편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끝은 민주주의의 파국이다. 각자도생의 버블에 갇혀 서로를 적대시하는 시대, 내 생각의 완고한 울타리를 깨부수고 나와 다른 관점을 의식적으로 마주하려는 태도가 절실하다. 기분과 선동에 휩쓸리지 않고 단단한 시민성을 회복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시급하고도 명확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데이비드 팩먼 지음/김내훈 옮김/창비/336쪽/2만 원.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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