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상만 공인중개사협 부산시회장 “동네 파수꾼 공인중개사, AI 시대 리스크 매니저 전환”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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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업소 휴폐업 연 1000건
지역 맞춤형 부동산 정책 절실
전세 계약갱신청구권 개정 필요
협회 차원서 AI 활용 교육 강화

지역 부동산 시장이 ‘거래 절벽’에 빠져들면서 공인중개업소의 휴폐업이 최근 연간 900~1100건에 이르는 등 업계가 생존 위기에 처해 있다. 7000여 공인중개업소 가운데 7곳 중 1곳꼴로 문을 닫고 있는 셈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박상만 부산시회장은 현재의 어려움을 복합위기로 보고 타개책 마련에 분주하다.

“장기간 이어진 거래 절벽에 더해 당근, 직방 등 플랫폼의 침투, 정부 부동산 규제, 지역 경제 위축 등으로 부산의 대다수 공인중개사가 아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투잡, 쓰리잡 뛴단 얘기를 예사로 해요. 거시적으로는 중동전쟁과 고금리, 고유가, 고물가 3고 현상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고요. 부동산 경기침체 여파는 공인중개사 업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건설, 인테리어, 이사, 가전, 등기, 세무는 물론 지역 상권까지 연결돼 있고 지방세수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박 회장은 특히 수도권과 지방을 똑같은 잣대로 규제하는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서울과 부산은 부동산 시장 체급부터 다릅니다. 서울의 30억 아파트와 부산의 3억짜리 아파트에 같은 규제 정책을 펼치는 것은 국가대표와 중학생을 한링에 올리는 것과 같습니다. 지방 부동산이 숨통을 틔울 때까지 다주택 규제, 대출 규제, 세금 등에 대해 한시적으로 완화해주는 지역 맞춤형 부동산 정책이 절실합니다.” 이를 위해 박 회장은 부산시장 후보들에게도 좀 더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전세 계약갱신청구권에 대해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것이 박 회장의 생각이다. “서민을 보호하려는 선한 의도로 출발했지만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전세 매물이 실종되고, 월세화가 급격히 이뤄지면서 주거 취약계층의 임차료 인플레가 심화됐습니다. 부산 주택 월세 비율이 2020년 47% 수준에서 올 상반기 73%까지 급등했습니다. 정책이 현장과 괴리되면 결국 없는 사람들이 더 피해를 보게 됩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과 분쟁도 많아지고 있어요. 과거 음식을 나눠 먹던 이웃이었던 이들이 지금은 서로 못 믿고 내용증명을 보내고 소송을 거론하는 적대적 관계가 됐어요. 너무 안타까워요.” 이는 전세사기 사태 이후 변화된 세태이기도 하다.

“공인중개사들을 ‘업자’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로 각 동네 파수꾼 역할을 하는 이들이 공인중개사입니다. 물건이 가진 특징이나 임대인, 임차인의 사정을 알고, 동네 사정도 알며, 적정 가격과 하자 보수 등을 조율하는 역할을 합니다. 한 건 잘만 하면 수천만 원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부자 동네도 있지만 공인중개사들이 그곳으로 몰려가지 않고 월세 1건에 10만 원 남짓 수수료를 받는 동네라도 묵묵히 지키는 이유는 동네 주거 안정 서비스에 기여한다는 자부심 때문입니다. 노후 다세대 주택이 많고 법적 권리, 하자 보수 등을 컨트롤할 힘이 없는 취약계층이 많은 지역일수록, 공인중개사가 더 필요합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되며 공인중개사의 퇴장이 예견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리스크 매니저로서의 공인중개사 역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은 정보 검색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현장 확인, 신뢰 구축, 협상, 감정 조율, 분쟁 예방, 사후 서비스까지 사람의 판단이 필수적입니다. AI를 잘 활용하는 중개사가 살아남는 시대가 올 것이고, 이에 협회 차원에서도 AI 활용 교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박 회장은 협회가 지난 1월 법정 단체가 된 것과 관련해, 과거에는 회원 권익 중심의 이익단체였다면 이제는 시민 주거 안정과 부동산 거래 질서를 책임지는 공익적 전문단체가 돼야 한다며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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