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 동네 작은 시장을 활성화해야 골목상권이 살아난다
체력 약한 소형 시장, 부산시 지원 참여 저조
자부담 인하·1인 가구 맞춤 전략 등 도와야
수정전통시장. 김종진 기자 kjj1761@
새벽 배송을 앞세운 온라인 배달 플랫폼의 진격에 대형마트와 기업형 유통 점포만 고전하는 게 아니다. 전통시장 역시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문제는 규모와 입지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하는 점이다. 자갈치·국제·부평깡통·해운대시장 등 유명 대형 시장은 관광 코스로 입지를 굳혀 인파가 몰리며 번성한다. 하지만 소형 골목 시장은 위축 일로를 걸으며 존재감을 잃고 있다. 부산 전통시장 190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110곳이 점포 수 100개 미만으로 영세한 규모이고, 이들 다수는 공실 증가와 매출 감소, 상인 고령화라는 삼중고에 시달린다. 골목상권을 매개로 지역민의 기억과 관계가 쌓인 공동체 기반이 허물어질 위기에 놓였다.
인구와 소비 구조 변화가 쇼핑 행태를 바꾸면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매장의 도미노 폐점이 이어졌다. 도심에서 ‘식품 사막’ 현상이 나타날 정도였으니 장바구니 수요가 생활권 전통시장으로 몰릴 법도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시장은 주문·배달 중심으로 바뀐 소비 행태 변화에 둔감하고 1인 가구 맞춤 전략도 미비하다. 상인 고령화와 영세성도 변화를 더디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의 플랫폼 의존은 되레 강화되는 추세다. 부산시가 전통시장 부활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지만 실효성이 제한적인 이유다. 골목상권을 살리려면 관광형 대형 시장 중심 정책에서 자부담 조건조차 버거운 영세 상인 맞춤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부산 동구 수정시장 사례는 작은 시장도 혁신을 통해 동네 상권의 중심으로 도약할 가능성을 보여 준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수정시장 상인들은 서울 광장시장 등을 방문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생존 전략을 짜고 있다. 그중 핵심은 예전처럼 많이 사면 싸게 준다는 방식으로는 1인 가구를 붙잡을 수 없다는 자각과 새로운 판매 방식의 도입이다. 생선 1인분, 채소 1000~2000원 단위 소량화, 참기름 로스팅별 판매가 그 사례다. 해양수산부 이전 이후 젊은 상인의 유입도 75년 역사의 수정시장 변화에 영향을 끼쳤다. 주민 밀착 전략이야말로 생활권 시장의 생존 해법임을 보여 주는 사례다.
부산시의 전통시장 지원 대상 103곳 중 점포 수 100개 미만은 35곳이다. 실제 지원이 필요한 소형 시장의 비율이 낮은 이유가 지원 문턱이 지나치게 높은 탓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체력이 약한 영세 시장이 각자도생의 어려움을 겪는 동안 실적을 내기 수월한 관광형 대형 시장만 주목받아서는 골목상권의 균형을 회복할 수 없다. 자부담 비율을 낮춘 사업 확대, 공동 배송과 온라인 주문 지원, 1인 가구 맞춤 상품 개발, 청년 상인 유치, 빈 점포 활용, 생활권역 공공기관·기업체 연결 상권 전략 등 세밀한 전략으로 위기의 골목상권을 되살려야 한다. 골목 안 작은 시장에도 다시 사람의 발길과 장날의 활기가 돌아와야 부산 경제의 뿌리가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