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신규 롯데 자이언츠 ‘광팬’ “선수들 열정·근성에 오늘도 깃발 흔듭니다”
18년 동안 쌍깃발 흔들며 응원
1점 더 내려는 모습에 힘 얻어
시즌 전 고사 지내는 정성도
“포기 않는 독기 계속 보여주길”
“내 자식이 못한다고 싫어할 수는 없잖아요”
18년째 사직야구장을 매일 출근하듯 찾아 깃발을 흔드는 롯데 ‘광팬’ 배신규(66) 씨에게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는 이유를 묻자 돌아온 답이다. 홈 경기가 있는 날이면 사직야구장 1루 관중석에서 배 씨를 만날 수 있다. 그가 흔드는 ‘쌍깃발’은 사직야구장에서만 볼 수 있는 명물이다. 경기장을 돌며 그는 경기 내내 깃발을 흔든다. 롯데 팬이라면 응원석을 지키는 그를 모를 수 없다.
배 씨가 롯데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게 된 건 2008년부터다. 직장 동료와 우연히 사직야구장을 찾았다가 야구에 푹 빠졌다. 그 뒤 매년 시즌권을 끊어 야구장으로 향한다. 1루 관중석 가장 위쪽이 그의 지정석이다. 당시 팬들이 흔들던 깃발이 좋아 보여 샀던 깃발은 그의 상징이 됐다. 팬들은 배 씨를 ‘깃발 아재’라 부른다. 배 씨는 “깃발을 신나게 흔들면서 응원하고 소리 지르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롯데가 화끈하게 치고 한 점이라도 더 내려고 하는 모습에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18년간 사직야구장에서 본 경기 중 배 씨가 최고로 꼽는 건 2024년 6월 25일 KIA전이다. 경기 결과를 찾아보니 이긴 경기가 아니었다. 이 경기에서 롯데는 KIA에 1-14로 뒤지다 15-14로 역전했고 끝내 15-15로 비겼다. 배 씨는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붙는 모습이 팬으로서 응원할 맛 나는 경기였다”며 “이기는 경기가 제일 좋지만 포기하지 않는 경기라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배 씨는 야구 시즌에는 야구장을 찾고 비시즌에는 야구장을 찾을 준비를 한다. 시즌 내내 ‘쌍깃발’을 흔들기 위해 아령도 들고 운동한다. 3시간가량 경기동안 깃발을 흔드는 건 엄청난 팔 힘이 필요하다. 운동과 함께 고사도 지낸다. 지리산에 오르기도 했고 깃발을 놓고 TV 앞에서 정성을 쏟기도 했다. 롯데의 가을야구, 한국시리즈 진출을 간절히 기원한다.
하지만 올해 배 씨는 이례적으로 고사를 지내지 않았다. 배 씨는 “해도 안 되길래 이번에는 안 해 봤다”고 웃어 보이며 “지난해에는 잘 나가다가 떨어졌는데 올해는 초반에 부진하니까 막판에 올라갈 거다”고 응원했다.
배 씨는 2024년 사직야구장에서 시구를 했고 최근에는 롯데 ‘굿즈’ 제작 업체의 유튜브에도 출연했다. 배 씨는 “10년 넘는 동안 야구장 문화도 바뀌었고 팬들의 문화도 바뀌었다”며 “젊은 팬들이 나같은 올드 팬들과 같이 호흡하고 좋아해주는 게 고마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배 씨는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 가장 ‘아픈 손가락’이라며 한동희의 이름을 꺼냈다. 배 씨가 볼 때 팬들의 높은 기대 탓에 부진할 때면 한동희가 가장 많이 비난받는다. 배 씨는 “팬들이 워낙 기대가 크니까 조금만 못해도 욕하는 게 안타깝다”며 “조금만 더 묵묵히 지켜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 씨는 선수를 비난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지난 13일 야구장에서 배 씨를 만났을 때 그는 전준우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배 씨는 “전준우가 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항상 입던 파란 챔피언 유니폼 대신 입었다”며 “주장이 살아야 팀이 살 수 있다”고 웃었다.
그는 매 경기 ‘직관’하지만 내용을 분석하지 않는다. 왜 이 선수를 기용했는지, 왜 이 선수를 뺐는지 같은 이야기는 그의 관심사가 아니다. 우승도 좋지만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야구를 했으면 하는 게 배 씨의 생각이다. 배 씨는 “경기를 분석하는 건 전문가인 감독, 선수들이 하는 일이고 우리는 응원하면 될 뿐이다”며 “지든 이기든 타자는 더 치려고 하고 투수는 더 막으려고 하는 독기를 선수들이 보여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