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받들기’ 실천하는 정직한 병원이 목표”
정의화 봉생병원 의료원장
국회의장 퇴임한 지 10년 만에
내달 2일 ‘동래봉생’ 그랜드 오픈
미래관 개관·나눔 이벤트 개최
지역에 필요한 ‘의료 지킴이’ 역할
수가 정상화 의료생태계 회복 시급
원로로서 쓴소리·방향 제시 나서
부산 봉생병원 정의화 의료원장은 ‘의사봉을 쥔 의사 출신 첫 국회의장’이다. 정치인에서 의료인으로 다시 돌아온 그는 “필수의료가 외면 당하고 있는 현재의 의료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복합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동래봉생병원 제공
정의화 봉생병원 의료원장은 헌정 역사상 첫 ‘의사 출신 국회의장’이다. 5선 국회의원, 19대 국회의장을 지낸 정치인에서 의료인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그의 삶은 한결 같다. 건강한 신뢰 사회를 위해 노력하고 어려운 이웃과 남을 돕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이달 30일은 그가 국회의장을 퇴임한지 정확하게 만 10년이 되는 날이다. “사랑하는 고향 부산으로 돌아와서 다시 봉사할 수 있게 돼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고 소회를 밝혔다. 최근 연건평 3천5백평 규모의 동래봉생병원 미래관을 개관하고 다음달 2일 그랜드 오픈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의화 의료원장은 현재 동구 좌천동 봉생기념병원, 동래구 안락동 동래봉생병원, 남구 감만동 봉생힐링병원 등 3개 병원의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국회의장을 지내시다가 다시 병원으로 복귀하셨는데 정치인 정의화와 의료인 정의화를 일관되게 관통했던 철학이나 신념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정치인 정의화와 의료인 정의화가 다를 수 없습니다. 건강한 신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정직과 성실을 바탕으로 항상 진인사대천명 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기본정신은 정의로운 삶 속에서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소신과 자세로 살아왔습니다. 정치와 의료 둘다 어려운 분야지만 정치가 더 어렵습니다. 의료는 의학지식을 쌓고 심신을 갈고 닦아서 병든 사람들에게 사랑으로 베풀면 됩니다만 정치는 항상 상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화와 타협이 쉬운듯 하지만 어렵습디다.”
-‘봉생’이라는 의료 브랜드에 담긴 이념은.
“저는 ‘작은 유에서 큰 유로 만들겠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외형만이 아니라 가치에서도 그랬습니다. 봉생(奉生)은 장인의 아호였고 그분은 질병으로 고생하는 환자의 마음까지도 어루만져주어야 한다는 철학을 가졌던 신경외과 의사였읍니다. 봉생은 생명을 받든다는 뜻입니다. 의학발전에 기여하고, 국가와 지역사회를 위하고, 환자의 생명을 지키고, 양질의 진료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4가지가 봉생병원의 이념입니다.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과잉진료가 없는 정직한 병원을 운영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좌천동 봉생기념병원을 운영하다가 동래봉생병원을 추가로 개원했는데, 동래봉생병원은 어떤 강점이 있는지요.
“우리나라 최초의 신경외과 전문병원이었던 봉생신경외과병원은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봉생하면 신경외과로 통할 정도로 전설적이었습니다. 1985년 증축을 거쳐 종합병원으로 승격했지만 급속한 도시 공동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봉생의 미래를 위해 동래, 해운대 지역으로 진출하자는 웅지를 품게 된 것입니다. 동래봉생병원은 한 때 산부인과 분만을 월 150례 이상을 했고 정형외과 전공의사 양성도 했었지요. 지금은 뇌신경외과, 척추신경외과 파트가 강한 병원이며 신경과, 심장내과, 신장내과, 정형외과에도 경쟁력이 있는 병원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동래봉생병원 역사에서 중요한 변곡점을 꼽자면.
“영원히 지워지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상흔을 남긴 1993년 노조의 장기파업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뒤에 알게 되었지만 16대 국회의원이 된 노동계 지도자인 신계륜, 심상정 의원도 지원차 병원에 왔었다고 했습니다. 금속노련과 한총련 등이 적극 개입해 병원은 1층부터 지하 3개층 모두가 노조의 해방구가 되어 진료 마비가 이어졌습니다. 저로서는 병원을 지키기 위해 폐원을 각오하고 결연한 자세로 사투를 벌였습니다. 6개월만에 상황이 정리됐지만 공권력은 무기력했으며 민노총은 피해보상은커녕 사과 한마디 없었습니다. 부산 병원계조차 모두가 잊고 지내고 있지만 사명감 하나로 병원을 지켜냈는데 영광스런 전설로 남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이번 동래봉생병원 미래관 개관의 의의는.
“한마디로 병원을 새롭게 그랜드 오픈함으로써 미래를 담보하게 되었다는 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초창기 노조파업과 20년간의 정치활동으로 개원 당시 지역사회와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국회의장을 끝으로 고향으로 돌아온 후 협소하고 열악한 병원시설을 보고 고민이 많았습니다. 더 늦기전에 새로운 변신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건강 지킴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자고 결심하고 어렵게 투자를 결심하게 된 것입니다. 미래관의 연건평 3천5백여평을 새단장하고 리모델링한 본관과 연결하였습니다. 현대식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춘 수술실과 최신 AI 시스템이 연동되는 영상의학센터 등을 재배치하고 환자와 보호자들의 편의 시설을 보강하므로써 손색없는 메디컬센터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동래봉생병원 그랜드 오픈 때 예정된 나눔 행사는.
“그동안 제가 소장해 왔던 사진작품, 도자기, 넥타이 등을 내놓고 플리마켓을 열 예정이다. 사랑나눔 음악회도 준비되어 있다. 그날 판매금액 전액과 저 개인 기탁금을 모아서 노숙자들을 돕는데 쓸 예정이다.”
동래봉생병원 미래관 전경. 동래봉생병원 제공
-의료원장 직함을 갖고 직접 의료현장에 뛰어 드셨는데, 어떤 연유에서인가요.
“제가 이제 78세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신경외과 전문의사, 종합병원 경영인, 정치인 정의화로 살아왔는데 남은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 정치발전에 밑거름이 되는 일과 붕괴되고 있는 의료생태계를 바로 잡는 일에 일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하나 더 첨가한다면 봉생이념을 지키는 봉생병원의 영속성을 위한 작업입니다. 동래봉생병원이 지역에서 꼭 필요한 병원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의료현장을 제가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필수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지역의료의 완결성이 중요한 시점에 지역의료 발전을 위해 조언을 해 주신다면.
“의료체계의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의료 생태계 붕괴를 막을 길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땜질식 처방으로는 사태는 악화될 뿐입니다. 필수의료, 특히 바이탈 진료과가 외면 당하고 있는 현상은 꽤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고 근래에 수면 위로 떠오른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지역의료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복합적인 대책이 강구되어야 합니다. 지역의료의 완결성도 의료의 허리역할을 담당하는 일반 종합병원 중심의 의료로 국가 차원의 정책적 대전환과 함께 지역의 거점 국립대학병원이 완결할 수 있도록 대폭 전략적 지원을 해야합니다. 무너진 의료전달체계도 바로 잡아야 하고 무엇보다 의료수가가 정상화 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후배 의료인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우리 사회가 물질 중심사회로의 급속한 변화와 이기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후배 의료인들의 마음도 무거울 것입니다. 그러나 이럴 때 일수록 의료인의 존재 이유를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과잉진료가 없는 정직한 병원을 운영하기 위해 힘써 노력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는 평소 의료인은 이웃으로부터 존경을 받을 때 존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존경받는 의료인이 되도록 자신을 가꾸어가면서,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의사생활을 하길 바랍니다.”
-비록 정치를 떠났지만 원로로서 역할이 남아 있다고 보는데요.
“그렇습니다. 우리나라가 여전히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아주 힘든 시기입니다. 국가와 개인의 생존을 위해 정치 지도자는 물론이고 모든 시민들이 변화에 예의주시 해야 합니다. 국회의장 직을 수행했던 정치인으로서 당연히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만 현직을 떠나 있으므로 직접적인 간여는 불가능하지만 절제된 말과 행동으로 해야할 역할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의 원로로서 필요할 때마다 쓴소리와 옳다고 판단되는 방향 제시를 할 것입니다. 무료 민주시민강좌를 통해 시민들의 민주역량을 키우는 일도 계속할 것입니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