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새마을운동은 진행형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새마을 노래 첫 소절이다.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1970년대 우리의 아침은 늘 이 노래로 시작되곤 했다. 시골이 고향인 기자가 살던 마을도 다르지 않았다. 초가지붕은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뀌고, 흙길에는 시멘트가 깔렸다. 마을 어귀엔 커다란 공동 창고도 들어섰다. 이런 풍경은 산업화 시대를 지나온 한국인들의 집단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 있다. 이게 새마을운동이었다. 이는 농촌 환경 개선과 생활 수준 향상을 목표로 추진됐다. 근면, 자조, 협동의 가치를 내세우며 ‘우리도 잘살아 보자’는 구호 아래 국민적 동원과 결속을 이끌었다.
새마을운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그는 이를 국가 정책으로 추진하며 전국으로 확산시켰고, 직접 만든 새마을 노래는 운동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일각에서는 새마을운동의 정신적 기반에 가나안농군학교 설립자인 김용기 장로를 비롯해 몇몇 분들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1962년 농군학교를 찾아 김 장로의 농촌 개혁론을 경청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다만 새마을운동을 두고 진보 진영과 일부 지식인 사회에서는 국가 주도의 동원 체제였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 새마을운동이 이재명 대통령을 통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국무회의에서 지역 관광 활성화를 언급하며 ‘관광 새마을운동’을 제안했다. 바가지요금과 불친절 같은 생활문화를 개선하자는 취지였다. 이어 새마을운동중앙회를 찾아 박 전 대통령이 시작한 이 운동이 대한민국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기존 민주당 계열 정치권의 시각과는 다소 결이 다른 접근이다. 주목할 점은 이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을 이념이 아닌 실용의 관점에서 바라봤다는 데 있다. 세계의 평가는 오히려 더 우호적이다. 새마을운동은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등 수십 개국에 전수됐고, 유엔도 한국형 농촌개발 모델로 주목했다. 관련 기록물은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새마을운동을 둘러싼 국내 평가는 지금도 엇갈린다. 국가 주도의 강한 동원 체제였다는 비판과 산업화 과정에서 가난 극복과 농촌 환경 개선, 공동체 의식 회복에 기여했다는 평가의 공존이다. 중요한 건 과거를 흑백논리로 재단할 게 아니라 그 시대의 경험 속에서 우리의 나아갈 길을 찾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새마을운동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