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북극 안보포럼에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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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혁 (사)유라시아교육원 이사장·부산외국어대 명예교수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에서 열린 북극 안보포럼에 최근 다녀왔다.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북극항로 참여 문제를 포함하여, 북극을 둘러싼 여러 지정학적 변동에 따른 주요 국가들의 북극 전략을 살펴보고 대비책을 생각하는 자리였다. “완성된 해법보다는 문제 설정과 방향성 논의를 위한 탐색” “문제의식과 질문을 공유하는 큰 틀에서의 재논의”라는 행사 취지에 공감하여 아침 일찍 수서행 고속열차에 몸을 실었다. 사실, 북극항로 문제는 어제오늘 제기된 갑작스러운 사안이 아닌데도 우리의 대응은 많이 늦었다. 북극 빙하가 녹은 지 언젠데 이제까지 가만히 있다가 지난해 6월의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느닷없이’ 선거 이슈로 불거졌고, 이런저런 기관이나 단체에서 포럼을 연다, 대책반을 꾸린다며 법석이다. 국가 안보보다는 정권 안보 차원의 관점이 우세한 것 아닌가 그런 의심도 들고, 무엇보다 차분하고 근본적이며 묵직하고 두꺼운 대응 방식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던 상태였다.

부산~동해~북동항로 현실화 위해선

러시아와 불편한 관계 빨리 개선하고

국가 이익 우선 물밑 교섭 실익 챙겨야

신항 배후단지 선진화 등 준비도 부족

전체적으로 지휘·조율 관제탑 만들어

대한민국 살릴 북극항로 시대 열어야

군사 전문가들이 발제와 토론에 절반가량 참여한 이번 INSS 북극 안보포럼에서는 새로운 정보가 많았다. 냉전의 부활로 미국·러시아·중국의 지역 전략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모두 지나가는 북극 해역으로 옮겨오는 추세라든가, 나토(NATO)의 북극사령부 창설 움직임과 북극 방어전략, 러시아의 ‘2035 북극개발 및 국가안보전략’의 단계별 내용 등이 소개되었다. 우리에게 닥치고 있는 시나리오별 도전 요인과 기회 요인, 사이버·우주·인공지능기술 융합 중심의 킬 체인 등 3축 체계의 보완 필요성 등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세계의 질서를 바꾸고 조절하는 패권국이나 초강대국이 아닌 바에야, 변화무쌍한 강대국의 북극 군사전략과 안보 전략 등을 면밀하게 주시는 하되, 대한민국의 북극 안보 논의는 부산에서 동해를 지나 러시아 북쪽 연안으로 올라가는 부산~북동항로 현실화에 초점이 모여야 한다고 본다. 나머지는 부차적이며 구조화, 체계화, 효율화의 대상일 뿐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첫 번째 문제 상황은 균형 외교의 상실이다. 러시아는 북동항로의 ‘대주주’다. 1996년 오타와 선언으로 8개국으로 구성된 북극이사회가 만들어지기 훨씬 이전인 1916년부터 백 년간 그곳을 지배해왔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이후에 러시아와 계속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통령이 유엔총회에 가서 러시아를 비난하는 연설을 대놓고 하거나, 유럽 순방 중에 우크라이나를 비밀리에 국빈 방문하기도 하였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 공급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수출통제 품목을 대폭 확대하고, 심지어는 유명 발레리나의 내한 공연마저 막았다. 크렘린에서는 직항로를 계속 열라는데, 현 정부도 한-러 항공 재개를 계속 주저하고 있다. 1991년 이후 30여 년간 쌓아온 ‘북방 자산’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이런 편향 외교로는 북동항로 문제가 잘 풀릴 여지가 없을 것이다. 두 번째는, 국익 차원의 ‘물밑’ 협력 작업의 미흡이다. 한미 동맹은 동맹이고, 국가 실익은 실익이다. 우리와 다르게 일본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친미 친서방 행보 속에서도 러시아와 물밑 교섭을 벌여 자국 액화가스(LNG) 수입의 8.8%를 차지하는 ‘러시아 사할린 2 프로젝트’에서 일본 회사들의 지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세 번째는 진정성과 준비 작업의 부족이다. 부산~북동항로에 진심이라면 화물 옮겨싣기를 넘어 부산 신항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항만 배후단지의 선진화, ‘글로벌허브 도시 특별법’의 통과 등에도 진심이어야 할 것이다. 그것들과 연동 없이 북극항로가 따로 별개로 추진될 수 있을까? 네 번째는 추진체계의 난맥상이다. “북극항로, 북극항로” 목소리는 높은데 이를 전체적으로 지휘하고 조율할 관제탑이 없다. 관·산·학을 크게 아우르는 유기적인 협력도 약하다. 그저 기관이나 단체마다 제각각으로 움직이며 ‘물 들어올 때 우리도 노를 젓자’라는 식이다. 관심의 범위도 항만·물류·해양 관련한 경제 산업적·기술적 영역에 국한되고 있다. 최근 부산 중구 국제화센터에서 8주 과정의 ‘북극권 인문학 특강’이 처음으로 열리긴 했지만, 북극 지역 민속 조사나 학술교류, 시민특강 등 한반도와 북극 지역과의 친밀성을 높이기 위한 문화적 ·심리적 접근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를 상대한다면서 현지 지역 전문가가 정부나 지자체의 북극 논의 기구에 들어가는 법도 드물고, ‘북극 수도’ 무르만스크와 러시아 북극권의 5대 도시 혹은 10대 도시에 대한 평소의 관리와 네트워크 유지에도 관심이 없어 보인다. 호르무즈 위기 발생으로 북극항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요즘, 우리는 과연 북극항로가 대한민국을 살리고 해양수도 부산을 살릴 미래의 성장동력이라고 합의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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