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부산권 조선해양기술 R&D 허브, 더는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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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근 한국해양공학회 회장


최근 북극항로와 미 함정 MRO 시장 참여 관련 부산권의 중심적 역할에 대하여 다양한 의견들이 매체를 통해 보도되고 있다. 필자는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통과된 ‘부산 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에 관란 특별법(이하 해양수도 특별법)’과 지난해 12월 부산으로 이전한 해양수산부의 역할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북극항로와 해양수도 그리고 해양방위기술 시대를 맞아 부산권이 해야 되는 일에 대해 피력하고자 한다.

올해 1월 1일 해수부가 부산청사에서 본격적인 업무를 개시한 것은 단순히 중앙행정기관이 이전된 의미를 훌쩍 넘어선다. 해수부는 부산 이전과 함께 북극항로추진본부를 새롭게 출범시켰고, 하반기에는 부산~로테르담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추진하는 등 쇄빙선 건조비용 지원, 항만시설사용료 감면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함께 제시하였다. 필자가 보기에 우리 역사상 유례 없는 정부부처의 지방 이전과 북극항로 정책은 미국의 1960년대 ‘달착륙 프로젝트’에 비견될 획기적인 국가정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책 방향을 지속 가능한 확고한 동력으로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필자는 이를 위해서 부산권에서 해수부를 강력한 정책 축으로 하여 R&D-기술-정책-산업이 하나로 결합된 거점 모델의 적용을 제안한다. 부산은 북극항로와 해양방위기술을 화두로 해 조선해양 분야 R&D와 기술·산업이 타 지역에 비해 상당한 수준으로 확보되어 있고, 해수부의 이전과 해양수도 특별법으로 국가정책 및 금융부문이 획기적으로 강화되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이다.

북극항로는 단순한 신규 항로 개척이 아닌 대한민국 해양물류 체계의 재편을 요구하는 국가 메가 프로젝트로 인식되어야 한다. 이미 부산항만공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극지연구소,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4개 기관은 올해 2월 친환경 북극항로 업무 협의체를 결성해 관련 기관간 협력을 천명한 바 있다. 실무적으로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부산권을 중심으로 단기적으로는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대한 기술지원과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상업운항 핵심기술과 핵심기자재의 자립이 관건이다.

부산권의 또 다른 핵심 역할은 미 함정 MRO 시장 참여이며, 크게 보면 해양방위기술 문제이다. MRO는 유지·보수·정비를 의미하는데, 최근 HJ중공업이 미 함정에 대한 MRO사업을 진행 중에 있으며, 정부 예산으로 부산권 중소중견 조선소를 기반으로 한 ‘함정 MRO 특화거점’ 구축사업이 착수된 바 있다. 아울러 부산 가덕도 천성항 인근에 함정 접안·정비를 할 수 있는 환경과 단지를 조성하고자 하는 계획이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설계 등 지식 기반이 부재해 자칫 사상누각이 될 수 있어 전문가들의 우려 목소리가 높다. 따라서 국내 해양방위기술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연구개발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부산권에 해양방위기술 R&D 허브 전략 추진이 요구된다. 북극항로와 해양방위기술 관련 핵심연구시설 구축은 부산권에 클러스터화를 추진해 집적효과를 봐야 한다.

실무적으로는 위의 국가 전략과제를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권역 내 기관 간의 ‘개방형 혁신 생태계’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목구멍이 포도청’이 되어 정부사업 수주만을 위해서 기관들이 무지성으로 경쟁하는 방식으로는 국가의 대사를 중장기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권에는 조선해양 유관 대학이 국내에서 가장 밀집한 도시인 만큼 국가적으로 필요한 인재 양성의 보고가 될 수 있고, 연구개발·기술·산업의 연계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최고 수준의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이 모든 것이 부산만을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고, 각 지자체와 전략적으로 협력해 목포-여수-창원-부산-울산으로 이어지는 상생 가능한 초광역권 조선해양 혁신클러스터를 확대 조성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번 논의에 따라 부산권만의 발전이 아니라 국가의 지속 가능한 혁신적인 개조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자칫 망국의 길로 치달을 수 있는 수도권 일극체제의 극복이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닐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하나씩 실행하는 것이 첫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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