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 없는 미국·이란, '버티기 국면' 들어가나
트럼프 "협상, 전화로 할 것"
이란, 주변국과 관계 개선 나서
종전 협상 교착 속 팽팽한 대치
일각선 물밑 협상 모색 전망도
27일 백악관서 이란 문제 논의
26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점령지인 레바논 남부 마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2차 회담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양측이 서로 ‘버티기’ 전략에 돌입한 모습이다. 미국의 요구안에 이란이 물러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양측이 이견을 좁히기 위해 물밑에서 조율에 나섰지만, 한동안 불안정한 교착 상태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 시간)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협상을 전화로 진행하겠다. 그러니 그들이 원하면 우리에게 전화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그들은 (종전) 합의에 무엇이 포함돼야 하는지 알고 있다”며 “그들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애초 미국은 협상 대표단을 25일 중재국 파키스탄으로 파견하려 했지만 이란 측이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려 하자 파견을 보류했다. 사실상 이날 트럼프의 발언은 이란을 대대적으로 압박하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해협 등 다른 해역에서 미 해군에 지시한 이란 연계 선박에 대한 봉쇄 조처가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막대한 석유가 쏟아지는 송유관이 있을 때 어떤 이유로든 컨테이너나 선박에 계속 실을 수 없어 그 라인이 막히게 되면 그 관은 기계적 요인으로 지하에서 내부 폭발하게 된다”며 “실제 그들에게 일어난 일이며 봉쇄로 인해 그들에게는 선박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미국과의 종전 협상이 별 진전이 없자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개선해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모습이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이 27일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접견할 예정이라고 카젬 잘랄리 주러 이란 대사가 26일 이란 ISNA 통신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러시아와 이란은 지난해 20년 기한의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체결하는 등 최근 몇 년 밀착 행보를 보였다.
이란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아라그치 장관은 지난 25∼26일 이집트, 프랑스,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의 외무장관과 연이어 통화했으며 26일 오만에서 하이삼 빈 타리크 알 사이드 술탄을 예방했다.
이처럼 양측이 ‘버티기 전략’에 돌입하면서 교착이 길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 협상 교착 국면 분석 기사에서 “세계 경제에 엄청난 이해관계가 걸린 대치 상황 속에서 이란과 미국은 상대방보다 더 오래 버티기를 바라면서 평화도 전쟁도 아닌 어색한 교착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란 내 의사 결정을 장악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등 강경파가 현재의 교착 상태가 자국보다는 미국에 더 큰 고통을 주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도 한 대화 진전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우선 개방하고 종전을 선언한 뒤 추후 핵 협상을 이어가자는 제안을 미국에 전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이란은 파키스탄 측 중재자들을 통해 이 같은 제안을 백악관에 전달했다고 미 행정부 관계자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2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첨예한 핵 문제는 추후 논의하고 해역 개방과 봉쇄 해제 등 우선 협상이 가능한 부분부터 합의하자는 내용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백악관 국가안보 및 외교정책 최고 참모들과 상황실 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미 행정부 관계자들이 전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