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봉법의 역설?… 급식 위탁업체도 “성과급 나눠달라” 논란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 최환석 기자 ch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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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원·하청 동일 성과급”
급식업체 노조 “우리도 달라”
한화 거절하자 지노위 이의 신청
지노위 “협상 임하라” 논란 확산

경남지방노동위원회 제공 경남지방노동위원회 제공

조선업 활황에 상생을 내세운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원·하청 동일 비율 성과급’을 약속하자 입찰을 통해 단체급식을 담당하게 된 외주업체까지 성과급을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다. 원청은 건조 실적과 무관한 외주업체에까지 성과급을 나누는 것은 어렵다며 난색인 상황에, 관할 지방노동위원회가 급식업체 노조 교섭 요구를 인정해 추이가 주목된다.

고용노동부 산하 경남지노위는 최근 민주노총 금속노조 웰리브지회가 한화오션을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 이의신청 사실의 공고’ 시정 신청을 인용했다. 웰리브 노조도 교섭 대상으로 인정해 협상에 임하라는 의미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면서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만 명시하고, 웰리브지회는 제외했었다.

웰리브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은 원하청 상생안에 따른 성과급이다. 앞서 한화오션은 협력사 노동자 1만 5000여 명에게 원청과 동일 비율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웰리브 노조는 자신들도 생산에 일정 부분 기여한 만큼 성과급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화오션은 직접 생산과 무관한 독립 사업체까지 경영 성과를 공유하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거부했다.

웰리브는 사내협력사와 달리 원청 종속형 하청업체가 아니라는 것이 한화오션 측의 설명이다. 웰리브는 연 매출 1200억 원 상당에 자체 인력과 조직, 수익구조를 갖춘 중견기업이다. 한화오션뿐 아니라 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권 홈플러스 매장과 파나시아, 예천군청 등 전국 50여 사업장에서 단체급식이나 수송·시설관리 업무를 수탁하고 있다.

관건은 한화오션을 이들의 실질적 사용자로 인정할 수 있느냐다. 기준은 명확하다. 작업시간, 노동자 인력 배치나 휴게시간 등 근로조건에 실질적 결정권을 원청이 제약하는 ‘구조적 통제’를 행사하고 있는지다.

웰리브 전국 급식사업 현황. 회사소개서 캡처 웰리브 전국 급식사업 현황. 회사소개서 캡처

그러나 통상적인 도급계약에서 나타나는 업무 지시나 조정은 계약상 관리 수준일 뿐 구조적 통제로 보지 않는 게 일반적인 법 해석이다. 노동부 지침 역시 급식업체에 ‘식사 시간에 맞춰 조리·배식을 해달라’는 수준의 요구는 일반적 지시권일 뿐, 사용자성 인정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경남지노위는 한화오션을 웰리브 노조의 교섭 대상으로 인정하는 취지의 판정을 내렸다. 다만 구체적인 판단 근거는 공개되지 않았다. 경남지노위 측은 “중대성을 고려해 결정문으로 답할 예정”이라며 “심문기일(지난 16일) 이후 30일 이내 통보될 예정”이라고만 했다.

이를 두고 정부 지침과 정면으로 배치될 뿐만 아니라 사용자 범위를 무한정 넓히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회장은 “이런 식이면 예를 들어 백화점 매장을 빌려 입점한 시계 수리점 직원들까지 백화점 사장과 교섭하겠다고 나올 수 있다”면서 “급식 노동자는 급식업체 사장과 계약한 사람들이다. 원청이 개입할 영역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 온라인 홈페이지 캡처 경남지방노동위원회 온라인 홈페이지 캡처

게다가 웰리브 노조 요구대로라면 조선업뿐만 아니라 건설, 자동차 등 도급 구조 기반의 산업 전반으로 파장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노동자 입장에서도 일자리를 빼앗는 부메랑이 될 공산이 크다. 기업이 외주를 줄이면 하청 노동자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 보고서를 보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에서 파견·용역 등 소속 외 근로자는 2023년 72만 4331명에서 지난해 66만 4845명으로 8.2% 줄었다. 이번처럼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외주 축소 흐름은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경남지노위가 사실상 ‘판단 회피’를 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안팎의 시선에다 법적·사회적 후유증이 부담스러워 절차에 대한 자의적 결정만하고, 사용자성 여부같은 정작 중요한 쟁점은 중앙노동위원회로 미루는 ‘꼼수’를 택했다는 것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노사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 모호한 행정은 대립만 더 키울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 최환석 기자 ch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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