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의사회 구정회 이사장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봉사는 향기롭지요"
장기려·이태석 정신 계승
적십자사 연계해 환자 발굴
해외 환자들까지 봉사 확장
의료봉사상 만들어 나눔 확산
"더 많은 의사·병원 동참 요청"
초대 이사장에 추대된 구정회 은성의료재단 회장. 사랑의 의사회 제공
인술(仁術)로 세상에 온기를 전하기 위한 의료 봉사단체 ‘사랑의 의사회’가 지난 22일 좋은문화병원 대강당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출범했다. 사랑의 의사회 제공
인술(仁術)로 세상에 온기를 전하기 위한 의료 봉사단체 ‘사랑의 의사회’가 지난 22일 좋은문화병원 대강당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출범했다. 왼쪽 작은 사진은 초대 이사장에 추대된 구정회 은성의료재단 회장. 사랑의 의사회 제공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는데 대놓고 봉사한다고 자랑할 필요는 없겠지요. 정말 우리가 하는 일을 세상이 몰랐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몰랐을 때의 좋은 점이 있겠지만 알았을 때의 좋은 점도 있습니다. 그것을 ‘선한 영향력’이라고 하는데, 우리 같은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일 것입니다. 그런 숨은 의미를 잘 담아서 스스로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한다면 향기롭고 빛나는 봉사가 될 것입니다.”
구정회 은성의료재단 회장이 사단법인 ‘사랑의 의사회’ 초대 이사장에 추대됐다. 구 이사장은 지역 의료인들의 뜻을 모아 만들어진 조직이 부산 의료사에 기념비적인 자취를 남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사랑의 의사회 이름이 참 좋습니다. 사단법인을 발족하게 된 계기는.
“의료의 본질은 결국 ‘사람에 대한 사랑’입니다. 하지만 최근 급격한 의료 환경의 변화와 제도적 제약들로 인해 의료 현장이 다소 메마르고, 의사와 환자 사이의 인간적인 유대감이 약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부산지역 의료인들이 뜻을 모아, 우리 안에 내재된 인도주의적 사랑을 다시 일깨우고 실천하기 위해 사단법인을 발족하게 되었습니다. 제도 밖에서도 의사가 주도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부산은 장기려 박사, 이태석 신부를 배출한 곳으로 의료봉사와 관련해 남다른 자부심과 긍지가 있는 도시이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부산은 한국의 슈바이처라 불리는 장기려 박사님과 남수단의 성자 이태석 신부님의 헌신적인 숨결이 살아 숨쉬는 ‘봉사의 성지’와도 같습니다. 두 분 성인의 정신은 우리 부산 의료인들의 자긍심이자 나침반입니다. 그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여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것은 부산뿐만 아니라 모든 의료인에게 주어진 숙제와도 같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부산적십자사 회장을 맡고 계신데 사랑의 의사회와 어떤 연계를 고민하고 있습니까.
“적십자사가 보편적인 인도주의 활동을 펼친다면, ‘사랑의 의사회’는 의료라는 전문 지식을 활용한 보다 정밀하고 실질적인 ‘재능 기부’에 초점을 맞춥니다. 적십자사를 통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을 추천받고, 우리 의사회가 그들에게 전문적인 수술과 치료를 제공한다면 봉사의 시너지가 극대화 될 것입니다. 앞으로 두 단체의 활동이 서로 보완하며 지역 사회의 안전망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의정사태 이후 환자와 의사의 관계가 나빠졌는데 이 모임을 통해 그 간극이 많이 좁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가장 가슴 아픈 부분입니다. 현재 의료계와 시민들 사이에 오해와 불신의 골이 깊어진 상태입니다. 하지만 진심은 결국 통한다고 믿습니다. 의사들이 진료실 밖으로 나와 사회적 약자의 고통을 직접 어루만지고 헌신하는 모습을 보일 때, 환자들도 의사의 진심을 다시 믿어주실 것입니다. 이번 활동이 의사와 환자 간의 이해의 폭을 넓히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나라 1년 의료비 지출이 약 200조가 됩니다. 의료인과 환자 간 신뢰가 부족해 낭비되는 비용이 엄청납니다. 차차 신뢰가 회복돼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앞으로 어떤 봉사활동을 펼쳐 나갈 계획입니까.
“소아와 노인 등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치료를 최우선으로 합니다. 또 우리 의료 수준이 이제는 국내를 넘어 해외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나눔 의료’를 펼쳐야 할 위상이 되었습니다. 이에 걸맞게 의료 후진국에 대한 봉사도 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의료봉사 대상을 제정해 봉사 문화를 확산시키고, 의료 현장의 감동적인 휴먼 스토리를 언론과 공유하여 선한 영향력을 지역 사회 전체에 전파할 계획입니다.”
-많은 의료기관에서 원장님들이 사랑의 의사회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회원도 40명 가까이 되고 호응이 아주 좋은데요.
“사실 많은 의사가 마음속으로는 남을 돕고 싶어 하지만, 그 방법을 모르거나 기회가 없어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에 ‘사랑의 의사회’라는 멍석이 깔리자마자 많은 동료가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잡아주어 저 역시 깊은 감동을 하였습니다. 특히 필수의료 위기 상황 속에서도 지역 의료를 지키겠다는 동료들의 뜨거운 의지가 이 짧은 시간 안에 큰 호응을 끌어낸 원동력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의사와 의료기관이 동참해 줄 것으로 확신합니다.”
-의료봉사상 어떻게 운영할 계획입니까.
“묵묵히 헌신하는 이들을 격려하는 것은 봉사 문화의 지속을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국내외 봉사 부문 구분해서 그분들에 대한 시상을 할 수 있을 만큼 우리 봉사단체가 성장하면 좋겠습니다. 또한 의료진뿐만 아니라 묵묵히 돕는 비의료인들을 위한 봉사상도 검토 중입니다. 이 상이 봉사자들에게는 자부심이 되고, 사회에는 귀감이 되길 바랍니다. 봉사 부문에도 당근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초대 이사장을 맡은 소회는.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습니다. 연장자라고 뽑았는가 봅니다. 나잇값 하라고 하네요. 하지만 발기인 대회에서 보여준 동료들의 열정과 확신을 보며 희망을 보았습니다. 의사들이 가진 사랑과 봉사, 책임감을 하나로 꿰어 지역 사회에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마중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습니다. 이 모임이 부산 의료사에 기념비적인 발자취를 남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