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압박하는 혈관 분리·위치 옮기는 미세혈관감압술 ‘효과’
삼차신경통
얼굴 감각 담당 ‘제5번 뇌신경’
칼로 도려내는 듯한 극심한 통증
‘혈관 압박’으로 발생 가장 많아
치과 등 다른 질환 착각 치료도
“필요 시 조기수술로 삶의 질 향상”
봉생기념병원 신경외과 이상훈 명예원장은 미세혈관감압술을 4900례 이상 시행했다. 봉생기념병원 제공
얼굴 한쪽에 쑤시고 타는 듯한 통증이나 전기가 통하는 것 같은 극심한 통증이 일어난다.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심한 통증 중 하나’로 인식되는 삼차신경통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삼차신경통으로 분류된 환자들의 자료를 보면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발병이 더 많다. 특히 50대 이후 환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남성이나 젊은 층이라고 삼차신경통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부산 봉생기념병원 신경외과 이상훈 명예원장은 “남성 환자도 많고, 최근에는 20대나 30대에도 흔히 발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혈관이 삼차신경 눌러 ‘합선 현상’
뇌에는 중요한 신경이 12개가 있다. 1번부터 12번까지 신경이 있는데 각각 기능과 위치가 다르다. 이 중 제5번 뇌신경이 삼차신경인데, 주로 얼굴의 감각과 저작을 담당하는 신경이다. 이 명예원장은 “세 개의 분지(가지)로 나뉘어 있어서 삼차신경이라고 이야기한다”라고 설명했다. 첫 번째 분지는 눈 주위와 이마로 가고, 두 번째 분지는 얼굴광대, 코옆, 귀 앞으로 가며 세 번째 분지는 입안과 혀의 앞쪽 부위 감각을 담당한다.
삼차신경통이란 삼차신경이 분포하는 부위에 전기로 지지고, 칼로 도려내고,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통증은 대개 얼굴의 한쪽으로만 나타난다. 격렬한 통증이 갑자기 나타나서 수 초에서 수 분 동안 이어지고, 일정 시간 동안 반복해서 나타나기도 한다. 이 명예원장은 “극심한 통증이 파도가 물결치듯이 왔다가 가는 특징이 있다”라며 “특히 식사, 양치질, 말을 할 때 증상이 심하게 와서, 식사도 못 하고 양치질이나 말도 못하는 심한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삼차신경통의 원인에 대해 이 명예원장은 삼차신경을 혈관이 눌러서 ‘합선 현상’으로 오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했다. 원인에 따라 특발성과 이차성으로 나뉘는데, 이유 없이 오는 특발성 삼차신경통은 혈관 압박이 가장 많은 원인을 차지하고 이차성 삼차신경통은 종양·외상·염증 등 다른 원인에 의해 일어난다. 이 외에도 삼차신경의 과민반응에 의한 통증이 관찰되는 경우도 있다.
■약물 치료에도 재발하면 수술 고려
삼차신경통은 특발성인 경우가 많기에 다른 질병과의 감별 진단이 중요하다. 비정형 안면통, 대상포진성 신경통, 설인신경통, 중간신경통, 외상 후 신경손상으로 인한 안면통, 군집성 두통 등 혼동될 수 있는 질환과의 증상 차이를 전문의 문진을 통해 감별한다. 통증이 나타나는 양상에 따라 1차 진단을 하고, 증상의 원인을 찾기 위해 삼차신경 주위를 세밀하게 볼 수 있는 자기공명영상검사(MRI)를 시행한다.
삼차신경통 치료는 통증 완화를 위한 약물요법, 신경차단요법, 외과적 수술요법 등이 있다.
이 명예원장은 “약물 치료의 경우 항경련제인 카바마제핀(Carbamazepine) 등을 사용하며, 항우울제를 병용 투여했을 때 효과가 더 좋으므로 같이 투여한다”라고 말했다. 약물치료로 증세 호전을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통증이 재발하거나 약물 용량 증가에 따른 부작용 등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신경차단술이나 수술 등 다른 방법이 고려된다.
이 명예원장은 신경차단술에 대해서는 “글리세롤·알코올·풍선 삽입 등을 이용한 차단술을 할 수 있으나 감각 이상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일정 기간 이후는 차단된 신경이 다시 풀려 재발되는 경우가 있어 ‘완치’의 개념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세혈관감압술(MVD)은 삼차신경을 압박하는 혈관을 분리시켜 주는 수술로, 완치율과 재발률 측면에서 효과가 우수한 치료법이다. 이 명예원장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안면경련증과 삼차신경통 환자의 미세혈관감압술 4934례를 기록했다. 봉생기념병원에 따르면 이는 국내 3위에 달하는 기록이다. 이 명예원장은 “귀 뒷부분을 절개하여 동전 크기의 개두술 후 미세현미경을 이용해 삼차신경과 혈관을 분리하고, 혈관을 본래 위치로 옮겨주는 수술로 유일하게 완치될 수 있는 수술법이다”라고 소개했다.
■통증 불안감, 환자 심리 안정 중요
‘출산보다 더 고통스럽다’고 이야기되는 삼차신경통은 처음 발병 후 잠복기가 있다가 다시 발병하면 더 심하고, 더 자주 나타나 환자를 괴롭힌다. 삼차신경통이 다양한 연령대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50대 이후에 더 많이 발병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명예원장은 “삼차신경통 환자의 경우 항상 통증이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라며 환자의 심리적 안정도 중요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의사와의 면담을 통해 환자에게 완치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명예원장은 “환자들이 삼차신경통을 다른 질환으로 착각해, 치과에서 발치도 하고 이비인후과나 다른 과에서 치료를 하고 난 뒤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라고 밝혔다. 그는 환자들이 극심한 통증을 잡기 위해 사용한 약물 과다로 인한 부작용을 겪는 경우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명예원장은 삼차신경통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 방법에 대한 빠른 판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적절한 투약과 수술이 필요한 경우 조기 수술 시행으로 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