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힘드냐는 말이 가장 아팠다”… 2차 가해에 다시 무너지는 재난 피해자 일상
세월호 참사 12주기, 유족 강연
“피해자다움 강요로 위축되는 유족”
지난 25일 부산 연제구 효로인디아트홀에서 세월호 참사 피해 유족 김순길 활동가가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박수빈 기자 bysue@
“아직도 그렇게 힘드냐, 빨리 잊고 살아라…. 유족에게는 이런 말이 가장 상처가 돼요. 그들이 잊으라고 한다고 딸의 빈자리가 잊어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타인이 위로를 위해 건넨 말을 제가 날 서게 받아들인 것일까 봐 죄책감이 들고 위축되기도 합니다. 재난은 유족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버려요.”
12년 전인 2014년,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김순길 활동가는 혐오 표현과 불필요한 비난으로 재난 피해 유족들이 2차 피해를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난 배상금이나 보상금 규모가 부풀려지며 ‘자식을 팔아먹은 사람들’이라는 프레임이 만들어졌을 때, 세월호 참사 유족들의 삶은 다시 무너졌다. 그는 “의견 표명이라는 이유로 2차 가해성 발언이 용인돼서는 안 된다”며 “이는 피해자가 삶과 일상을 영위하기 위한 권리”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맞아 재난이 피해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당사자 경험을 통해 조명한 강연과 전시가 부산에서 열렸다. 유가족들은 일상 회복을 가로막는 사회적 낙인과 혐오 표현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안문화연대는 지난 21일부터 부산 연제구 효로인디아트홀에서 ‘2026 예술-기억-행동’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다음 달 2일까지 열린다. 지난 25일에는 이곳에서 세월호 참사 유족의 강연이 진행됐다. 단상에 선 김 활동가는 단원고 2학년 9반 진윤희 학생의 어머니다. 김 활동가는 이날 강연에서 스스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재난과 참사가 피해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김 활동가는 많은 재난 유족이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2차 피해를 입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족은 웃어서도, 밝은 옷도 입어서는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며 “사람들의 눈총과 수군거림에 주눅 드는 일이 일상이 되고, 결국 사람을 피해 숨어버리게 된다”며 2차 가해로 피해자의 일상 회복이 더 어려워지는 과정을 설명했다.
김 활동가는 국가가 사고 책임을 외면해 죄책감이 피해자 몫으로 돌아오는 현실도 비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의 국가 책임자 대부분에게 대법원 2023년 무죄를 선고했는데, ‘현장 상황을 잘 몰라 제대로 된 지시를 할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였다”며 “국가에 책임이 없다고 하니 결국 ‘내가 그날 아이를 괜히 수학여행에 보냈나’하는 자책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음 달 2일까지 효로인디아트홀에서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예술 커뮤니티 ‘4·16공방’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퀼트, 양모펠트, 유리공예, 유화 등 다양한 작품이 전시된다. 다음 달 2일 오후 3시에는 2층 소극장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 장편 극영화 ‘목화솜 피는 날’을 상영한다.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